경찰이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감금 사태를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다. 소속 의원들이 1차적으로 소환조사를 받게 된 자유한국당은 “표적수사에 응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국당 소속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의원에게 다음달 4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통지서를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25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대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사보임)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채 의원을 감금한 혐의(특수감금) 등을 받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조만간 다른 건으로 고발장이 접수된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해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제 보좌관이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증거 영상은 상당히 방대하게 모아졌기 때문에 고소·고발 취하 없이 형사법적 원칙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곧바로 경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든 국회에서 일하려는 우리 당에 경찰 소환 운운하며 보복을 가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빠루(쇠지렛대)’와 망치를 동원한 폭력 진압부터 수사하지 않으면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할 계획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서도 고소·고발 취하가 정식 쟁점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지난 4월 29일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 지정 과정에서 여야 4당과 한국당 의원·보좌진 간 몸싸움을 비롯한 격한 대치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고, 한국당 의원들도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 상해 혐의 등으로 맞고발했다.

녹색당은 이날 채 의원 감금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한 한국당 이은재, 김규환 의원을 특수감금 및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와 관련해 접수된 사건만 18건이다. 연루된 의원은 10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우섭/노유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