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日 오사카서 동포간담회…"日은 가까운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
강제징용자 집단숙소 '우토로' 거론 "평화인권의 산 교육장 되길"
"내년 도쿄올림픽 성공에 협력"…"재일동포 단합은 한반도평화 디딤돌"
"차별 견딘 재일동포들에 감사…"재일동포 조작간첩사건 피해자
에 사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정부는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1천 500년간 문화와 역사를 교류해 온 가까운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우호·신뢰에 기반한 교류가 양국 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 국민 간 교류·만남, 이해·협력은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선 '제3차 한류붐'이 불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에 열광하고, 재일동포들이 밀집해 사는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을 찾아 한국의 멋과 맛을 즐기고 있다"며 "한국 젊은이도 오래전부터 일본 대중문화와 맛에 익숙하며 일본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는데 가까운 이웃인 일본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도록 성의껏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에는 남북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4개의 종목에서 단일팀이 출전한다"며 "남북선수단의 하나 된 모습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다시 한번 평화의 감동으로 채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곳 오사카 인근 지역에는 우리 민족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토로 마을이 있다"며 "우토로는 식민지 시절 강제징용으로 교토 군용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의 집단숙소였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강제 퇴거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우토로 주민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며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에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토로가 평화·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우토로'를 거론하며 한일 우호관계를 강조한 것은 현재 양국 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일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재일동포 사회의 단합은 한반도 평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의 평화로 이어지고, 갈등의 시대를 넘어 화해·협력의 시대로 나아가도록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어 "해외 순방 때 많은 동포를 만났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마음이 든다"며 "때로 차별을 견디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지난 세월 힘들고 서러운 일도 많지 않았을까, 짐작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결코 조국을 잊지 않았고 조국이 못났을 때조차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버린 적이 없다"며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처럼 별 하나마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보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전쟁이 발발해 조국이 풍전등화 위기에 처하자 642명의 재일동포 청년들이 포화에 휩싸인 조국을 향했다"며 "숭고한 애국심 앞에 각별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은 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화에도 희생·헌신으로 함께 하셨다"며 "군부 독재 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 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재일 한국 양심수 동우회'가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 상'을 받았다"며 "올해 초 서울고법이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빼앗긴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며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보다 독재 권력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 간첩 피해자와 가족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재일동포사회 통합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동포사회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들이 일본 사회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당당한 주류로 성장하도록 민족학교와 민족학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차세대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확대해 동포사회는 물론 한일관계의 발전에 기여할 차세대 인재 육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나라, 삶 속에서 힘이 되는 조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