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참사' 같은 불행 다시 없도록"…기록전시관 내달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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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 사진·기록물 등 200점 전시…이종관 전 건축사협회 이사 "재발 방지가 목표"
"죽기 전에 해야겠다 싶었어요.
후대의 건축인과 기술인에게 '삼풍 참사'의 기록을 보여줘 두 번 다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남은 인생의 목표입니다.
"
502명의 사망자를 내며 역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오는 29일 24주기를 맞는다.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을 주제로 한 특별한 상설 전시관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1044의 작은 건물에 마련돼 내달 개관한다.
참사 당시 특별대책점검반을 꾸렸던 이종관(77) 전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를 막바지 내부공사가 한창인 전시관에서 지난 26일 만났다.
철저히 사비를 털어 약 1년 6개월간 개관을 준비해온 그에게서 전시관의 설립 취지와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전시관은 이씨가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들과 사고 수습 및 조사 관련 각종 자료 등 약 200장의 기록물로 꾸며졌다.
이씨는 1995년 당시 사고가 나자마자 '무슨 낯으로 앞에 나서려고 하느냐'는 건축업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축사들이 주축이 된 '특별대책점검반'을 꾸렸다.
한 달 반 넘게 집에도 안 가고 현장에 상주한 이씨의 노력은 부실공사의 원인을 밝혀내는 등 검경 수사에도 큰 도움을 줬다.
"나라에서 주는 면허를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2층으로 된 전시관의 사진들을 차례로 기자에게 소개하며 연신 땀을 뻘뻘 흘렸다.
노출된 콘크리트와 부러진 철근 사진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주 마음대로 공사를 해버린 것"이라며 "끔찍하다.
살인자들이다"고 성을 내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부대가 상주한 천막 사진을 가리키면서는 "대한민국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의 효시"라며 "주먹밥을 얼마나 해서 날랐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애초 난지도에 옮겨져 버려졌던 폐건축자재와 사고현장에서 썼던 헬멧이나 워커 같은 것들도 함께 전시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소실돼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대신 건축가로서 이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참사의 교훈과 특별대책점검반의 활동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만든 장문의 글이 함께 전시돼 있다.
다소 장황해 보이는 질의응답의 내용을 차분히 읽어 내려가면, 4층짜리 상가 건물을 5층짜리 백화점으로 만들면서 참사의 근본 원인이 된 것부터 부족한 철근 개수 등 부실공사의 면면 등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사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바로 몇 년 뒤에 이런 전시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주변의 반발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씨는 "왜 치욕적인 역사를 보존하려 하느냐며 이해를 안 해주더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온 국민의 아픈 상처가 된 참사의 흔적을 빨리 지우고 싶어하는 정서가 큰 탓이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이씨도 자연히 '삼풍'을 기억의 한쪽에만 간직하게 됐으나, 몇 년 전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책 '1955 서울, 삼풍'(동아시아)에 참여한 경험이 다시 전시관 개관의 꿈을 품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5명의 '기억 수집가'가 2014∼2015년 삼풍 사고 당사자 59명의 구술을 기록한 것으로, 이씨가 찍은 사진 수십장이 책에 첨부됐다.
전시관 개관을 마음먹고 나서부터 이씨는 인터넷을 뒤지고 전시회를 드나들며 1년 6개월간을 이 일에 매달렸다.
전시관이 자리한 건물은 이씨의 취미였던 다육식물 사육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이 전혀 없이 홀로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난관이 적지 않았지만, 이씨는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개관을 준비하며 이씨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하루는 시청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왜 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일을 벌이느냐, 주인은 알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이 땅이 내 땅인데, 무슨 주인을 얘기하는 거냐"고 반박을 했고, 그 이후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또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전시관을 찾아와 이씨를 미심쩍어하는 듯한 태도로 "무슨 의도를 갖고 있냐"며 금전과 관련된 내용을 질문하기도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다는 충격에 휩싸여, 남성이 다녀간 뒤 이씨는 이틀간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단다.
아직 정식으로 개관한 건 아니지만 지나가면서 현수막을 보고 찾아오는 관람객이 있었다.
그중에는 삼풍 유가족도 있었고,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전시관 관람은 무료이며, 이씨 1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관람 전 전화로 사전예약을 해야 해설·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내가 오직 바라는 건, 이곳에 들른 사람들이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앞으로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기만을, 그래서 다시는 '삼풍'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후대의 건축인과 기술인에게 '삼풍 참사'의 기록을 보여줘 두 번 다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남은 인생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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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명의 사망자를 내며 역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오는 29일 24주기를 맞는다.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을 주제로 한 특별한 상설 전시관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1044의 작은 건물에 마련돼 내달 개관한다.
참사 당시 특별대책점검반을 꾸렸던 이종관(77) 전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를 막바지 내부공사가 한창인 전시관에서 지난 26일 만났다.
철저히 사비를 털어 약 1년 6개월간 개관을 준비해온 그에게서 전시관의 설립 취지와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전시관은 이씨가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들과 사고 수습 및 조사 관련 각종 자료 등 약 200장의 기록물로 꾸며졌다.
이씨는 1995년 당시 사고가 나자마자 '무슨 낯으로 앞에 나서려고 하느냐'는 건축업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축사들이 주축이 된 '특별대책점검반'을 꾸렸다.
한 달 반 넘게 집에도 안 가고 현장에 상주한 이씨의 노력은 부실공사의 원인을 밝혀내는 등 검경 수사에도 큰 도움을 줬다.
"나라에서 주는 면허를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2층으로 된 전시관의 사진들을 차례로 기자에게 소개하며 연신 땀을 뻘뻘 흘렸다.
노출된 콘크리트와 부러진 철근 사진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주 마음대로 공사를 해버린 것"이라며 "끔찍하다.
살인자들이다"고 성을 내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부대가 상주한 천막 사진을 가리키면서는 "대한민국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의 효시"라며 "주먹밥을 얼마나 해서 날랐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애초 난지도에 옮겨져 버려졌던 폐건축자재와 사고현장에서 썼던 헬멧이나 워커 같은 것들도 함께 전시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소실돼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대신 건축가로서 이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참사의 교훈과 특별대책점검반의 활동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만든 장문의 글이 함께 전시돼 있다.
다소 장황해 보이는 질의응답의 내용을 차분히 읽어 내려가면, 4층짜리 상가 건물을 5층짜리 백화점으로 만들면서 참사의 근본 원인이 된 것부터 부족한 철근 개수 등 부실공사의 면면 등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사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바로 몇 년 뒤에 이런 전시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주변의 반발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씨는 "왜 치욕적인 역사를 보존하려 하느냐며 이해를 안 해주더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온 국민의 아픈 상처가 된 참사의 흔적을 빨리 지우고 싶어하는 정서가 큰 탓이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이씨도 자연히 '삼풍'을 기억의 한쪽에만 간직하게 됐으나, 몇 년 전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책 '1955 서울, 삼풍'(동아시아)에 참여한 경험이 다시 전시관 개관의 꿈을 품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5명의 '기억 수집가'가 2014∼2015년 삼풍 사고 당사자 59명의 구술을 기록한 것으로, 이씨가 찍은 사진 수십장이 책에 첨부됐다.
전시관 개관을 마음먹고 나서부터 이씨는 인터넷을 뒤지고 전시회를 드나들며 1년 6개월간을 이 일에 매달렸다.
전시관이 자리한 건물은 이씨의 취미였던 다육식물 사육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이 전혀 없이 홀로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난관이 적지 않았지만, 이씨는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개관을 준비하며 이씨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하루는 시청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왜 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일을 벌이느냐, 주인은 알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이 땅이 내 땅인데, 무슨 주인을 얘기하는 거냐"고 반박을 했고, 그 이후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또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전시관을 찾아와 이씨를 미심쩍어하는 듯한 태도로 "무슨 의도를 갖고 있냐"며 금전과 관련된 내용을 질문하기도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다는 충격에 휩싸여, 남성이 다녀간 뒤 이씨는 이틀간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단다.
아직 정식으로 개관한 건 아니지만 지나가면서 현수막을 보고 찾아오는 관람객이 있었다.
그중에는 삼풍 유가족도 있었고,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전시관 관람은 무료이며, 이씨 1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관람 전 전화로 사전예약을 해야 해설·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내가 오직 바라는 건, 이곳에 들른 사람들이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앞으로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기만을, 그래서 다시는 '삼풍'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