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 대입 전략] 주제 의식을 자신의 삶에 비춰보게 하는 문제가 많아요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현실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대학 측에서 밝힌 출제 의도입니다. 지난호에 이어 문제 분석 및 해설을 계속합니다. 제시문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김은희  로지카논술 원장
김은희 로지카논술 원장
제시문 (라)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사평역」의 일부입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각자의 고단한 삶에 대한 상념에 젖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피곤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며 도착 시간을 넘긴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잠깐이나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란 누군가의 읊조림에 ‘정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저마다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는 구절에서 작가의 의도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 문제 해설 및 답변 방향 제시

[문제 1] [가]와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의 도표를 분석하시오. (401~600자, 40점)

문제는 복잡할 게 없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이용해 (다)의 도표를 분석하면 되겠습니다. 먼저 (가)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주변의 사물, 일상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대상을 단편적으로 인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진면목을 볼 수 없게 만든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에서는 모든 만물이 평등하고 가치있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타고난 본성을 지키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 인위적인 기준에 짜맞추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에 입각해 (다)의 도표를 해석하면 됩니다.

제시문 (다)에서 장애인 차별인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자신은 차별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대다수(86.1%)이지만,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인식은 심하다는 답변도 대다수(72.3%)임을 보여줍니다. 이를 (가)의 내용을 토대로 보면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습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해설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차별이 만연한 사회 현실과 달리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것입니다. 또한 (나)를 토대로 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만물은 고유성을 인정하고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데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을 규정하고 차별하는 것은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 2] [가]와 [나]의 논지에 근거해 [라]에 나타난 ‘대학생’의 인식 변화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801~1000자, 60점)

이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문 (가)와 (나)의 논지를 문학작품, 그중에서도 대학생의 인식변화에 어떻게 적용하는가입니다. (가)와 (나)는 모두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대학생의 인식 변화를 고정관념과 편견을 중심으로, 다시 말해 대학생이 어떤 고정관념과 편견을 지닌 인물인지 설명하며 어떤 과정을 통해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는지,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깨닫게 된 세상에 대한 인식 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서술하면 됩니다.

대학생은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되고 퇴학당한 인물로 현실의 모순을 방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유치장에 갇히고 퇴학을 당하며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그대로인 삶의 모습에 혼란스럽고 확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겨울밤 간이역에서 저마다 상념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늑함과 평화스러움을 발견하고 비로소 고향에 온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난로에 톱밥을 넣자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 친구들과 교수님, 평온한 대학의 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변혁이라는 대의에 가려져 소홀하게 대했던 가족, 친구, 학업, 일상의 삶 역시 가치있음을 인식하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변혁에 헌신한 대학생 시각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인물(민주화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거나 사회변혁에 무관심한 인물들)을 새로운 시선(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학생의 인식 변화에 대해 서술했다면, 그다음에는 이런 변화에 대해 수험생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서술해야 합니다. 이때 주목할 만한 인물이 바로 ‘중년 사내’입니다.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 대학생을 지켜보던 중년 사내의 음울한 눈동자가 간절한 그리움으로 변했다는 것, 톱밥을 넣는 행위를 계속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대합실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등장인물들 모두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생의 인식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 따라서 미약하나마 개인들의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를 서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