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를 읽는 새로운 시각…'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 출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기도 한다. 주로 ‘실력보다 즐기는 게 최고’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말 그런 뜻으로 한 말일까. 아쉽게도 ‘잘 알고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경지에 이르러라’ ‘잘할 때까지 계속 즐겨봐’라는 채근에 가깝다. 이걸 알고 나면 괜시리 힘이 좀 빠진다. 그래도 논어엔 자하의 말을 인용한 이런 문구도 나온다. “날마다 몰랐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달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소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면, 이 또한 배우기를 좋아한다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는 사서 (四書·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서울대에서 철학, 서양화를 전공한 서한겸 작가가 썼다. 그는 에세이 《오늘의 기울기》를 집필했으며, 서울대미술관 개인전 ‘영원한 소란’ 등을 열었다.

사서를 소개하는 대다수 책들은 일종의 ‘번역서’다. 한자로 이뤄진 원문을 독해하고, 각각의 구절에 담긴 철학적·사상적 의미를 설명한다. 반면 이 책은 철학서도, 진지한 번역서도 아니다. 사서로 가볍게 자기계발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에 가깝다.

사서는 유교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경전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겐 기성세대를 위한 ‘꼰대 지침서’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저자는 30대 여성의 시각으로 이런 편견과 맞선다.

유교가 중요시하는 여러 개념은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져 잘못 이용되어온 측면이 크다. 공자의 가르침은 어진 정치를 위한 군자의 도가 기본이다. 그런데 충, 효, 예만을 강조하며 지배자에게 유리한 논리로 바꿔버렸다. 이런 억압적 인습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유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서를 제대로 읽고 비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공자와 맹자는 궁극적으로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남들도 살기 좋은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아름답지만 영영 가 닿을 수 없을 듯한 말씀이나 어쩐지 이들을 사귀고 나면 가뿐하고 얼마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스윙밴드, 264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