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지정·운영위 회의서 교육감 의지 설명…압박으로 작용 주장
교육청 "해당회의는 심의 자리…별도의 평가단에 영향 없어, 문제없다"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 과정에 '교육감 의지 개입' 논란
전주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 과정에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의지가 반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사고 평가 결과를 심의하는 위원회 회의에서 김승환 교육감의 자사고 정책이 소개됐다는 주장이 골자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린 자체평가단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28일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실이 제공한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지난해 12월 19일자 회의록을 보면, 회의 시작 전 전북교육청 직원인 위원회 간사가 안건을 설명하면서 관련 언급이 나왔다.

해당 위원회는 자사고 자체평가단의 평가가 절차대로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심의기구다.

간사는 이 자리에서 자사고 지정 평가 기준점(80점)이 타 시·도보다 높은 이유를 "(현 정부의) 국정과제의 충실한 이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0점은 일반고도 달성하기 용이한 점수로 지정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점 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반고 정상화를 위한 기관장(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의지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간사는 위원들에게 평가 기준점을 80점 이상으로 하자는데 동의하느냐고 묻고, 위원들은 모두 동의했다.

이를 두고서 전북교육청 측이 위원들을 자사고 폐지 방향으로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천 의원실 관계자는 "김승환 교육감이 이미 짜놓은 자사고 폐지 시나리오에 맞춰 위원들을 설득 혹은 압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삼옥 상산고 교장도 "김승환 교육감이 수차례 여러 자리에서 이미 설명했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공식 회의에서 한 설명은 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앞서 김승환 도교육감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자사고 평가와 심의를 적법하게 이뤄졌다.

교육감 의도가 반영됐다면 상산고 점수는 더 낮았을 것"이라며 밝혀 평가·심의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일축한 바 있다.

아울러 자사고 평가가 아닌 심의를 담당하는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자리에서 자사고와 관련된 김승환 교육감의 의지가 담긴 발언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북교육청 내규상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는 교육청 내부위원을 비롯해 법조계, 언론계, 교육계 등 인사 11명으로 구성됐다.

이와는 별도로 자사고 평가 점수를 산정하는 자체평가단은 학부모, 교육전문가, 재정전문가, 시민단체 등 영역별 평가위원 7명으로 짜였다.

전북 지역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위원회 회의에서 김승환 교육감의 의중이라며 밝힌 내용인 것 같다"며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시비가 일 수는 있지만, 사실상 (전북교육청) 내부위원도 상당수 있는 자리에서 큰 영향을 미미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회에서 나온 발언인데, 마치 자사고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호도되는 상황이 우습다"며 "교육감 철학과 평가·심의는 철저하게 분리됐다.

공정한 절차와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