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선수권 1R 62타+2R 64타=126타…생애 첫 우승 기대
잊혔던 '장타청년' 이원준, KPGA 36홀 최소타
호주 교포 골프 선수 이원준(34)은 21세 때이던 2007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연간 2억원이 넘는 돈과 각종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10년간 후원 계약을 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기준으로 봐서도 파격적인 대우였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우승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기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원준의 몸값을 높인 건 키 190㎝에 90㎏이 넘는 우람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이었다.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20야드에 이르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350야드를 날아가는 초장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그는 프로 전향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팬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에서 5년을 뛰었지만 오른 손목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는 큰 부상으로 아예 골프를 접는 불행을 겪었다.

2년이 넘는 공백 끝에 재기해 2014년부터 일본프로골프투어에 자리를 잡았지만 2017년에 허리 디스크가 파열되는 바람에 또 한번 골프채를 놓아야 했다.

겨우 몸을 추슬러 투어에 복귀한 이원준은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랭킹 41위에 이어 올해는 상금랭킹 19위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원준은 28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쳤다.

전날 8언더파 62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던 이원준은 2라운드 합계 14언더파 126타로 리더보드 맨 윗줄을 굳게 지켜 프로 전향 이후 생애 첫 우승을 향해 질주했다.

이원준의 코리안투어 대회 출전은 이번이 올해 처음이다.

126타는 지금까지 세차례 나온 128타를 2타 줄인 코리안투어 36홀 최소타 신기록이다.

작년 우승자 문도엽(28)이 세운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도 깼다.

이틀 동안 버디 15개를 쓸어담았다.

"큰 실수가 없었고 버디 기회는 거의 놓치지 않았다.

마음도 편하고 샷, 퍼트 모두 잘 풀렸다"는 이원준은 '잃어버린 10년'을 "40%는 부상 탓, 나머지 60%는 내 탓"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쏟아지는 기대와 내 욕심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성적이 나지 않을수록 더 조급해지고 욕심을 냈다"고 반성문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결혼해 오는 10월 아버지가 되는 이원준은 "새로 도약대에 올라선 기분"이라면서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꿈을 버린 게 아니다.

PGA투어 진출의 꿈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부상에서 벗어난 그는 "이번 시즌을 대비해 지난겨울에 연습을 많이 했다"면서 "올해가 프로 선수가 된 이후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원준의 무기는 여전한 장타력이다.

"부상 여파도 있고 자신감도 떨어지다보니 예전보다 드라이버 샷 거리는 15∼20야드 줄었다"는 그는 "그래도 지금도 310야드 정도 나간다"고 밝혔다.

이원준은 한때 일본에서도 드라이버 사용을 꺼렸다고 털어놨다.

거리는 멀리 가지만 워낙 방향성이 나빠 "겁이 나서 드라이버를 못 쳤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의도적으로 드라이버를 잡는다.

이원준은 "자꾸 피하다 보니까 두려움이 더 커지고, 더 방향성이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 당 일곱번이나 여덟번 쯤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고 했다.

에이원 컨트리클럽은 전장이 6천9354야드로 길지 않은 편이지만 그는 드라이버를 자주 잡았다.

"작년의 나였으면 한 번이나 두 번쯤 드라이버를 잡았을 것"이라는 이원준은 "우승보다는 드라이버 페어웨이 안착률을 기대한 만큼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지인을 통해 부탁한 끝에 초청 선수로 나오게 됐다는 이원준은 "집이 한국이다.

우승하면 당연히 한국 대회에 더 많이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