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바이든에 공세 집중…해리스, 인종차별 의혹 제기해 바이든과 충돌
反트럼프 전선 단일대오…바이든 "끔찍한 상황"·샌더스 "병적인 거짓말쟁이"
불뿜은 민주 TV토론, 바이든-샌더스 공방…인종·세대 '난타전'
바이든 대세론이냐, '샌더스 돌풍' 어게인이냐. 아니면 '새로운 세대'의 대표주자 등장인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간 TV토론에 참석한 10명의 주자는 저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불꽃공방을 벌였다.

9일 전인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올랜도 재선 출정식으로 달아올랐던 '최대 승부처' 플로리다의 밤은 이번에는 민주당 TV토론으로 다시 한번 열기를 분출했다.

민주당 후보 간 첫 입심 대결인 이번 TV토론은 전날 10명에 이어 이날 나머지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 여론 조사 상위권 후보들이 추첨 결과 이틀 차에 배치되면서 '메이저리그'격이 된 이날 토론을 출발점으로 2020년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에이드리엔 아쉬트 센터에서 오후 9시(동부시간 기준)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 무대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뒤를 추격하는 샌더스 상원의원을 포함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전직 기업인 앤드루 양, 존 히켄루퍼 전 콜로라도 주지사 등 10명의 주자가 나섰다.

이들 주자는 전국에 생중계로 전파를 탄 TV토론을 통해 '반(反)트럼프 전선'에서 단일대오를 보이며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스포트라이트는 '양강'(兩强) 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 2인에 집중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왼쪽에서 5번째, 샌더스 상원의원이 바로 그 옆 6번째에 서는 등 공교롭게 자리 배치도 정중앙이었다.

초반 바이든과 샌더스의 공방으로 전개되는가 싶던 토론 흐름은 점차 전선이 확대되면서 바이든과 샌더스를 뒤쫓는 여타 후보들이 선두권 2명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바이든을 향해 공세가 집중됐다.

토론회 초반에는 바이든과 샌더스의 신경전이 불을 뿜었다.

1988년, 2008년에 이어 '대권 삼수'에 나선 바이든 전 부통령과 2016년 '아웃사이더 돌풍'을 몰고왔던 샌더스 상원의원 간에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바이든의 '부자 감세 폐지'와 샌더스의 '부자·중산층 증세'가 충돌했다.

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바이든과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간의 이념 대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시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하며 '트럼프 대 바이든' 대결 구도를 부각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월스트리트가 미국을 건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범한 중산층이 미국을 건설했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끔찍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면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없애는 일에 착수할 것"이라며 중산층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반면 샌더스 상원의원은 '확실한 왼쪽'을 지향하며 '선명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플랜을 위해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에 대해서도 세금을 인상하겠다며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바이든과 샌더스가 처음으로 나란히 선 장면"이라며 "당 후보 선출, 그리고 나아가 2020년 대선 본선을 향해 완전히 다른 경로를 택한 두 사람의 모습이 확연한 대비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병적인 거짓말쟁이이자 인종주의자"라며 "그의 사기극을 드러내자"고 말했다.

여론 조사상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해리스 상원의원도 "감세 때문에 경제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격에 가세했다.

부티지지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독교를 끌어안는다고 하면서 정작 아동들을 격리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불뿜은 민주 TV토론, 바이든-샌더스 공방…인종·세대 '난타전'
후발주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세론'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견제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바이든 대 비(非) 바이든 전선도 구축됐다.

올해 38세인 스왈웰 하원의원은 "한 대통령 후보가 캘리포니아 민주당 전당대회에 와서 미국의 신세대에게 횃불을 넘겨줄 때라고 말했을 때 나는 6살이었다"며 "그 후보는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이라고 말했다.

스왈웰은 "그가 32년 전에 말했을 때 그는 옳았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옳다"며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고령이라는 바이든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고 바이든 본인도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스왈웰을 쳐다봤다.

바이든보다 1살 많은 샌더스 의원은 "나는 조(Joe)의 세대의 일부"라며 "내가 답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손을 들어 진행자에게 말하며 끼어들기도 했다.

실제 이날 TV토론은 후보 간 세대대결 양상도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선두그룹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76세와 77세로 고령인 가운데 부티지지 시장은 37세,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52세, 해리스 상원의원 54세 등 연령 면에서 대비를 이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불뿜은 민주 TV토론, 바이든-샌더스 공방…인종·세대 '난타전'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의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해 주목을 받았다.

해리스는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공화당의 인종차별주의 상원의원들과 함께 일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리스는 "나는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지난 1970년대 교육부가 추진한 흑백 인종 통합 교육 및 이를 위한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바이든이 노력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버스로 통학하던 한 어린 소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당시) 한 소녀는 스쿨버스를 타고 매일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는 바로 나였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는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샌더스 의원을 향해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리스 의원은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트럼프"라며 "그는 과학을 부정한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북한을 거론, "핵 무기에 관해서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트럼프)가 하는 것은 사진 촬영을 위해 독재자 김정은을 껴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및 국경 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반대했으며 의료보험, 총기 규제 등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수의 주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동맹을 강조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에 토론에 참석한 20명의 후보 중 6명은 여성이었다.

1일차 토론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에 이어 이날은 해리스 상원의원,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이 무대 위에 올라 '여풍' 과시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토론에서 인종, 연령, 이념을 둘러싸고 각 후보가 나뉘어 대결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전날보다 이날 토론회의 열기가 훨씬 더 뜨거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TV토론으로 경선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은 민주당 후보들은 다음달 30∼3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CNN이 중계하는 2차 TV토론을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