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거래 제한 '맞불'…영·EU 갈등 예고편

스위스가 유럽연합(EU)의 시장 개방 압박에 맞서 보호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의 혼란 속에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와 EU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가 겪을 갈등의 예고편처럼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스위스 재무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스위스 증권거래소의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들을 시행하겠다"며 "EU 집행위원회가 (스위스) 증시 동등성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지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스위스 당국은 내달 1일부터 스위스에 등록된 일부 기업의 보통주를 EU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 기업들의 주식은 취리히 증권거래소에서만 거래될 수 있다.

앞서 EU는 스위스가 단일시장 접근, 노동시장 개방 등에 관한 양자협약을 개정하는 데 합의하지 않으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대한 동등지위 적용을 이달 말까지만 인정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스위스, EU 시장개방 압박에 맞대응…"보호조치 시행"
증권거래소 동등성 인정은 스위스 증권거래소의 감독 시스템이 EU 기준과 동일하다고 보고 양쪽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EU가 스위스 증권거래소의 동등지위를 박탈해버리면 EU 거래소에서 스위스 기업들의 주식 거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위스의 금융 산업은 국내총생산의 9%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UBS,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가 있는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유럽 금융 허브 중 한 곳이라 EU가 2017년 거래소 동등성 문제를 꺼내 들자 스위스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는 수백개의 지침, 양자협정을 통해 EU와 교류하면서 사실상 EU 회원국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4년 EU 시민권자의 취업 이민에 쿼터를 두는 법이 국민투표로 가결되면서 양쪽 관계는 불편해졌다.

특히 EU는 EU 시민권자들이 스위스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스위스를 압박하고 있으나 스위스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해 정부가 EU에 양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위스 정부는 2016년 쿼터제 대신 '국민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으로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법안을 완화했으나 EU는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