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공항…그래도 웃지 못하는 LCC
“최근 여객 수 증가는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이다. 주요 노선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항공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할인을 하다 보니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임원은 최근 업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환율과 유가까지 오르면서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국계 항공사 여객 급증

28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2951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이 중 7개 국적 항공사의 여객 수는 1994만여 명으로 3.9% 증가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0.4% 감소)과 이스타항공(0.9% 감소)은 승객 수가 오히려 줄었다.

증가한 여객의 상당 부분은 외국계 항공사 몫이었다. 60여 개 외국 항공사 승객은 957만여 명으로 7.8% 뛰었다. 특히 국내 LCC의 주요 무대인 중국·동남아 노선에서 경쟁하는 외국 항공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외국계 여객량 1위인 중국동방항공은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난 71만여 명을 실어날랐다. 국적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적은 에어서울(84만여 명)과 큰 차이가 없다. 3위의 베트남 비엣젯항공 이용객 수는 40%나 늘어난 61만여 명을 기록했다. 베트남 관광 확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동남아 노선 중심인 외국계 10대 항공사 여객량은 457만여 명으로 증가율이 13.2%에 달했다.

경기 부진 여파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화물 운송도 크게 위축됐다. 5월까지 항공 화물 운송량은 11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대한항공이 10.7%, 아시아나항공이 8.5% 각각 줄어들었다.

LCC 부진 탈출 난항

항공업계에선 경쟁 격화로 국적 항공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3~6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8% 줄어든 233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분기에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서 실제 성적은 더 나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가’ 항공권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LCC들은 더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4월에는 티웨이항공이 일본과 대만·홍콩 등의 국제선 항공권을 500원에 파는 이벤트를 했다. 에어서울은 일본 12개 전 노선의 항공권을 무료(공항이용료·유류할증료 제외)로 제공하는 행사도 했다.

LCC들은 최근 ‘특가’까진 아니더라도 좌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 항공권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항공사들은 좌석을 비워둔 채 비행기를 띄우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항공권을 파는 게 유리하다. 높은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가동률(좌석 점유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8억원으로 전년 동기(116억원)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진에어도 작년 2분기(62억원)의 반토막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함께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여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올해 말 영업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가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LCC업계의 레드오션화(化)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