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금융 '뻔'하면 죽고 '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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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사위를 굴리고 퀴즈를 푼다. 참여만 해도 적금 우대금리가 붙고 현금성 포인트가 쌓인다. 재미를 더한 새로운 금융 이용 행태다.
딱딱하고 뻔하기만 하던 금융회사의 상품기획과 마케팅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재미와 감성이 키워드다. 쏟아지는 금융상품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자구책이다. 고객 눈에 들려면 재미는 기본이다. 꾸준한 참여까지 이끌면 ‘충성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업권을 가리지 않고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모든 금융권이 재미를 좇는다. 일명 ‘펀(fun)금융’이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모바일 주사위 게임에서 높은 레벨에 오를수록 우대금리를 붙여주는 ‘쏠 플레이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연 1.9%. 게임에 참여하면 0.2%포인트를 얹어준다. 레벨을 한 단계 올릴 때마다 0.04%포인트씩 최대 10단계까지 우대금리를 더 쌓을 수 있다. 당초 목표보다 많은 돈이 몰렸다. 출시 1주일 만인 26일 19억6923만원을 끌어모았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열매’를 주는 식의 재미를 추구하는 곳도 많다. KB국민카드의 ‘워킹업카드’가 대표적이다. 매월 30만 보 이상 걸으면 카드 이용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미를 더한 상품이나 마케팅일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지민 씨(29)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금융회사 앱(응용프로그램)부터 켠다. 주사위를 굴려 보드게임(말판놀이)을 하고, ‘오늘의 퀴즈’를 푼다. 게임을 하고 퀴즈를 푸는 것만으로도 쌈짓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펀(fun) 금융’ 열풍이다. 여름엔 부채, 겨울엔 핫팩을 나눠주며 접근하던 방식은 옛말이다. 금융사들은 상품과 마케팅에 ‘재미’를 붙일 궁리를 하느라 바쁘다. ‘뻔한 금융’이 ‘펀한 금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퀴즈 풀면 현금이 '쏙' 재테크? 재미테크! 주사위 굴리면 금리가 '쑥'
수제맥주, 베이컨에 웹툰까지 총동원
농협은행의 ‘NH올원해봄적금’은 돈을 넣을 때마다 고객의 도전과제 실천 여부를 체크한다. 금연, 다이어트, 커피 안 마시기 등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며 돈을 불리는 식이다. 목표 달성률이 높으면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국민은행은 적금에 ‘농장 가꾸는 재미’를 접목했다. ‘KB스마트폰 적금’은 예치 기간과 경과율, 우대금리 등에 따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동물이 증가하거나 나무, 사료 등이 생겨난다. 국민은행은 빙고게임도 운영하고 있다. 앱에서 로그인·자산관리 메뉴 방문·적금 가입 등 미션을 수행하면서 빙고판을 완성한다. 빙고를 2줄 이상 달성한 고객에겐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상품군과 협업하는 이색 마케팅도 있다. 우리카드는 대표 카드인 ‘카드의 정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제맥주 전문점, 베이컨 업체와 손잡고 지난달 한정판 상품 ‘ㅈㅅㅂㅇ(정석비어)’ ‘정석 스페셜 베이컨’을 선보였다. 지난해엔 수제맥주 전문점 미스트브루잉과 이벤트 맥주 ‘우리에리’를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웹툰, 유튜브와도 연계한다. 신한은행 ‘쏠편한 작심 3일 적금’은 웹툰 작가 ‘그림왕 양치기’와 협업해 적금 경과일수에 따라 각기 다른 웹툰을 보여준다. 고객이 만기까지 꾸준히 적금을 부으면 웹툰을 계속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어린이가 ‘환상의 은행’으로 모험을 떠나며 겪는 저축 관련 에피소드를 노래와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유아 고객에 초점을 맞춘 펀금융 전략”이라고 말했다.
간편송금 업체인 토스는 ‘행운퀴즈’로 매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토스 회원이 행운퀴즈를 여러 명과 공유하는 형태다. 공유받은 상대방이 퀴즈를 맞히면 최대 200만원까지 당첨금을 준다. 공유자도 동일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매일 저녁 10시 앱 ‘리브메이트’를 통해 ‘오늘의 퀴즈’를 낸다. 상식 역사 문화 등 제출 영역은 매일 바뀐다. 퀴즈 정답을 맞히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10~15포인트를 지급한다.
건강도 챙기고, 보험료도 할인받고
많이 걸을수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도 흔하다. KB국민카드의 ‘워킹업 카드’는 매월 30만 보를 걸으면 카드 이용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누적 걸음 수에 따라 금리를 우대해주는 ‘도전 365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11개월간 걸음 수가 200만 보 이상이면 1%포인트를 주고 300만 보 이상과 350만 보 이상엔 각각 2%포인트, 2.35%포인트를 준다. 지난해 7월 출시 후 현재까지 총 16만9022명(731억원 규모)이 가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건강을 챙기면서 금리까지 더 받을 수 있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앱 ‘바이탈리티’를 이용해 주간미션을 달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한다. 하루 7000보를 걸으면 50포인트, 1만2500보를 달성하면 100포인트를 준다. 포인트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보험료 할인폭이 달라진다.
흥국생명은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의 최대 10%를 환급해주는 ‘걸으면 베리굿 변액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루평균 7000보 이상 걸으면 6개월 동안 납입한 기본 보험료의 7%를 돌려주고, 1만 보 이상이면 10%를 환급해준다. 부산은행은 금연다짐 서약을 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목표달성형 ‘금연돼지 적금’을 판매 중이다.
‘취향저격형’ 마케팅도 다양하다. 국민은행은 광고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의 데뷔일(6월 13일)과 소속 멤버 7명의 생일에 예금하면 그날 입금한 금액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일명 ‘해피 BTS데이 우대금리’다. 삼성카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앱 ‘아지냥이’에서 반려견 트레이닝, 반려묘 물주기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추첨해 경품을 지급한다.
금융사, 아이디어 찾아 삼만리
재미가 빠진 금융상품의 생존 기간은 짧다. 금융사 상품기획, 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아이디어 수집에 혈안이 된 이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요즘 유행한다는 트렌드는 모두 섭렵한다. 인기 있는 웹툰을 보는 것은 물론 유튜브 방송, 모바일 게임까지 직접 해보며 펀금융을 기획한다.
전수연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본부 상품서비스셀 선임은 “대중의 관심사가 어느 분야에 어떻게 쏠리는지를 알고 있어야 재미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며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예년보다 훨씬 빨라져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에이스(ACE)’라는 이름의 애자일 조직(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싱크탱크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 및 금융환경의 변화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빠른 대응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딱딱하고 뻔하기만 하던 금융회사의 상품기획과 마케팅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재미와 감성이 키워드다. 쏟아지는 금융상품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자구책이다. 고객 눈에 들려면 재미는 기본이다. 꾸준한 참여까지 이끌면 ‘충성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업권을 가리지 않고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모든 금융권이 재미를 좇는다. 일명 ‘펀(fun)금융’이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모바일 주사위 게임에서 높은 레벨에 오를수록 우대금리를 붙여주는 ‘쏠 플레이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연 1.9%. 게임에 참여하면 0.2%포인트를 얹어준다. 레벨을 한 단계 올릴 때마다 0.04%포인트씩 최대 10단계까지 우대금리를 더 쌓을 수 있다. 당초 목표보다 많은 돈이 몰렸다. 출시 1주일 만인 26일 19억6923만원을 끌어모았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열매’를 주는 식의 재미를 추구하는 곳도 많다. KB국민카드의 ‘워킹업카드’가 대표적이다. 매월 30만 보 이상 걸으면 카드 이용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미를 더한 상품이나 마케팅일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지민 씨(29)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금융회사 앱(응용프로그램)부터 켠다. 주사위를 굴려 보드게임(말판놀이)을 하고, ‘오늘의 퀴즈’를 푼다. 게임을 하고 퀴즈를 푸는 것만으로도 쌈짓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펀(fun) 금융’ 열풍이다. 여름엔 부채, 겨울엔 핫팩을 나눠주며 접근하던 방식은 옛말이다. 금융사들은 상품과 마케팅에 ‘재미’를 붙일 궁리를 하느라 바쁘다. ‘뻔한 금융’이 ‘펀한 금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퀴즈 풀면 현금이 '쏙' 재테크? 재미테크! 주사위 굴리면 금리가 '쑥'
수제맥주, 베이컨에 웹툰까지 총동원
농협은행의 ‘NH올원해봄적금’은 돈을 넣을 때마다 고객의 도전과제 실천 여부를 체크한다. 금연, 다이어트, 커피 안 마시기 등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며 돈을 불리는 식이다. 목표 달성률이 높으면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국민은행은 적금에 ‘농장 가꾸는 재미’를 접목했다. ‘KB스마트폰 적금’은 예치 기간과 경과율, 우대금리 등에 따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동물이 증가하거나 나무, 사료 등이 생겨난다. 국민은행은 빙고게임도 운영하고 있다. 앱에서 로그인·자산관리 메뉴 방문·적금 가입 등 미션을 수행하면서 빙고판을 완성한다. 빙고를 2줄 이상 달성한 고객에겐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상품군과 협업하는 이색 마케팅도 있다. 우리카드는 대표 카드인 ‘카드의 정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제맥주 전문점, 베이컨 업체와 손잡고 지난달 한정판 상품 ‘ㅈㅅㅂㅇ(정석비어)’ ‘정석 스페셜 베이컨’을 선보였다. 지난해엔 수제맥주 전문점 미스트브루잉과 이벤트 맥주 ‘우리에리’를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웹툰, 유튜브와도 연계한다. 신한은행 ‘쏠편한 작심 3일 적금’은 웹툰 작가 ‘그림왕 양치기’와 협업해 적금 경과일수에 따라 각기 다른 웹툰을 보여준다. 고객이 만기까지 꾸준히 적금을 부으면 웹툰을 계속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어린이가 ‘환상의 은행’으로 모험을 떠나며 겪는 저축 관련 에피소드를 노래와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유아 고객에 초점을 맞춘 펀금융 전략”이라고 말했다.
간편송금 업체인 토스는 ‘행운퀴즈’로 매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토스 회원이 행운퀴즈를 여러 명과 공유하는 형태다. 공유받은 상대방이 퀴즈를 맞히면 최대 200만원까지 당첨금을 준다. 공유자도 동일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매일 저녁 10시 앱 ‘리브메이트’를 통해 ‘오늘의 퀴즈’를 낸다. 상식 역사 문화 등 제출 영역은 매일 바뀐다. 퀴즈 정답을 맞히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10~15포인트를 지급한다.
건강도 챙기고, 보험료도 할인받고
많이 걸을수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도 흔하다. KB국민카드의 ‘워킹업 카드’는 매월 30만 보를 걸으면 카드 이용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누적 걸음 수에 따라 금리를 우대해주는 ‘도전 365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11개월간 걸음 수가 200만 보 이상이면 1%포인트를 주고 300만 보 이상과 350만 보 이상엔 각각 2%포인트, 2.35%포인트를 준다. 지난해 7월 출시 후 현재까지 총 16만9022명(731억원 규모)이 가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건강을 챙기면서 금리까지 더 받을 수 있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앱 ‘바이탈리티’를 이용해 주간미션을 달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한다. 하루 7000보를 걸으면 50포인트, 1만2500보를 달성하면 100포인트를 준다. 포인트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보험료 할인폭이 달라진다.
흥국생명은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의 최대 10%를 환급해주는 ‘걸으면 베리굿 변액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루평균 7000보 이상 걸으면 6개월 동안 납입한 기본 보험료의 7%를 돌려주고, 1만 보 이상이면 10%를 환급해준다. 부산은행은 금연다짐 서약을 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목표달성형 ‘금연돼지 적금’을 판매 중이다.
‘취향저격형’ 마케팅도 다양하다. 국민은행은 광고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의 데뷔일(6월 13일)과 소속 멤버 7명의 생일에 예금하면 그날 입금한 금액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일명 ‘해피 BTS데이 우대금리’다. 삼성카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앱 ‘아지냥이’에서 반려견 트레이닝, 반려묘 물주기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추첨해 경품을 지급한다.
금융사, 아이디어 찾아 삼만리
재미가 빠진 금융상품의 생존 기간은 짧다. 금융사 상품기획, 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아이디어 수집에 혈안이 된 이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요즘 유행한다는 트렌드는 모두 섭렵한다. 인기 있는 웹툰을 보는 것은 물론 유튜브 방송, 모바일 게임까지 직접 해보며 펀금융을 기획한다.
전수연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본부 상품서비스셀 선임은 “대중의 관심사가 어느 분야에 어떻게 쏠리는지를 알고 있어야 재미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며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예년보다 훨씬 빨라져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에이스(ACE)’라는 이름의 애자일 조직(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싱크탱크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 및 금융환경의 변화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빠른 대응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