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고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무역전쟁이 전면화 해 세계 경제를 대혼란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됐다.

하지만 확실한 승리로 무역전쟁을 끝장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굴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방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의 입장은 여전히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긴 어려울뿐 아니라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정상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약 90분간 진행한 '무역 담판'에서 협상을 재개하고 협상 중 미국은 추가 대중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9∼10일 워싱턴 협상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순조롭게 최종적인 협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두 정상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협상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처지와 속내가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손 보고 천문학적 규모의 대중 무역적자까지 축소하는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챙기는 모양새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평가다.

반면 무역 분야에서부터 외교, 국방, 기술, 인권 등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밀려 고전 중인 시 주석은 상당히 성의 있는 수준의 양보를 통해 미국과 갈등을 봉합하고자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국가의 존엄을 해치는 굴욕적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택 앞에는 분명한 '마지노선'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주권과 존엄에 관한 문제에서 중국은 반드시 자기의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담판은 반드시 평등과 상호존중을 기초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미·중 협상에서는 기존의 대중 관세 존치 여부, 중국 측 법률개정 계획의 합의안 명기 여부,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규모 등이 주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10일 중국 측 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내놓은 중국의 '3대 원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과거 미국과 협상이 진행 중인 동안에는 협상 진행 상황 및 자국의 입장에 관한 언급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는데 지난 미·중 고위급 협상 결렬 직후 류 부총리가 중국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중국 측의 핵심 3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중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 상품 구매를 대폭 확대하겠지만 요구 수준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가의 존엄을 보장하는 균형 있는 합의란 자국이 굴욕적 협상 타결에 응한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체면'을 세워달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본질적인 협상 내용 외에도 화웨이(華爲) 변수도 미중 무역 협상 타결에 영향을 미칠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으로 화웨이의 실적이 중국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직접 나서 미국과의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 주석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우해달라"며 "양국 기업 간 경제무역·투자의 정상적 교류가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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