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끌어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28일(현지시간) 타결됐다. FTA가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EU 28개국과 남미 4개국을 합쳐 총 8억 명의 소비인구를 지닌 세계 최대 자유무역 시장이 출범하게 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와 메르코수르 양측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FTA 협상 초안에 합의했다.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각국, 메르코수르 4개국 의회 비준을 받으면 협상이 체결된다. 양측은 10년에 걸쳐 수입 관세를 90% 이상 점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메르코수르(2억9000만 명)와 EU(5억1300만 명)는 합친 인구가 8억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28개 회원국을 보유한 EU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약 19조달러)가량을 차지한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인구의 70%, GDP의 80%(약 2조8000억달러)를 각각 아우르고 있다.

양측은 매년 880억유로(약 115조7000억원) 이상의 상품과 340억유로(약 44조7000억원)규모 서비스를 거래하고 있다. 브라질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EU와의 FTA 체결로 육류, 설탕 등 농축산물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또 EU의 직접투자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EU는 자동차, 기계, 화학·의약품 등 제조업 시장에서 관세가 낮아져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코수르와 EU는 1999년 FTA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이며 사실상 중단됐다가 3년 전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이번 FTA 타결로 그동안 국제적인 통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창설 30년이 다가오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규정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세계 경제 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EU와 메르코수르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협상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즉각 환영했다. 브라질 경제부는 “양측의 FTA 협상 타결로 브라질 GDP가 875억달러에서 15년 내 125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메르코수르와 EU의 FTA 협상 타결로 한국과 메르코수르가 진행 중인 무역협정 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메르코수르 협상은 지난해 5월 시작해 그동안 두 차례 실무협의가 이뤄졌다.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Mercosur.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경제 공동체. 1995년 1월 1일부터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면서 출범했다. 베네수엘라도 2012년 가입했지만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2017년 회원 자격이 정지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