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10년 뒤진 韓 제조업 부흥…'지브리의 저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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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뒤
日 경제상황 나빠진다는 '괴담'
韓, 뒤늦게 제조업 부활 외치지만
세계 경기 침체국면에 갈 길 험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日 경제상황 나빠진다는 '괴담'
韓, 뒤늦게 제조업 부활 외치지만
세계 경기 침체국면에 갈 길 험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10년 뒤진 韓 제조업 부흥…'지브리의 저주' 우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07.19263091.1.jpg)
2011년 런던 폭동 사태에 이은 반(反)월가 시위 등 거리로 뛰쳐나와 항거하는 것만으론 안 됐다. 청년 실업의 주범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산업을 파괴시키려는 신(新)러다이트 운동이 전개됐다. 컴퓨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한 각종 바이러스 전파와 디도스(DDos) 공격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10년 뒤진 韓 제조업 부흥…'지브리의 저주' 우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A.19992026.1.jpg)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부활 정책을 보면 미국은 세제 지원을 통해 ‘제조업 재생(refresh)’, 일본은 엔저를 통해 ‘수출 제조업 부활(recovery)’,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제조업 고수(master)’, 중국은 잃은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 ‘제조업 재충전(remineralization)’을 들고 나왔다.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정책이 다르다.
제조업 중시 정책은 경기와 증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IT산업은 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 산업이 주도할 때는 경기 주기가 짧아지고 ‘경기 순응성’도 심해진다. 경기 순응성이란 경기가 과열일 때 정점이 더 올라가고 침체될 때 저점이 더 떨어져 진폭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 경기 순환에서 순응성이 나타날 때는 전망기관의 예측력이 떨어지고 경제정책을 비롯해 각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증시에서도 IT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떨어지는 ‘지브리의 저주’에 걸린다. 지브리의 저주란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만 방영되면 시장이 안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려되는 것은 지난 5월 이후 각국의 제조업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제조업 경기를 알 수 있는 글로벌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미·중 마찰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세계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GVC란 ‘기업 간 무역(inter firm trade)’과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으로 대변되는 국제 분업 체계를 말한다. GVC 약화 현상은 세계 경제 앞날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증가율과 GVC 간 상관계수를 추정해 보면 0.85에 이를 만큼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제조업 2030’ 정책을 발표했다. 경쟁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진 데다 미·중 마찰로 GVC가 약화된 상황에서 제조업을 부활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정책의 생명은 ‘타이밍’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늦으면 늦을수록 ‘정부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브리의 저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