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속초-러시아 바닷길 연결…동해, 동북아 지중해로 변모할 것"
최문순 강원지사(사진)는 “내년 3월부터 강원 속초와 러시아 슬라비안카, 일본 마이즈루를 잇는 주 2회 정기 여객선 노선을 운영할 것”이라며 “크루즈 운항도 확대해 동해가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변모할 수 있도록 강원도가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지난 27일 러시아 슬라비안카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동해가 세계적인 긴장지역으로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관광과 무역, 물류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지사는 강원도와 한국경제연구학회 등이 공동주최한 북방로드좌담회에 참석하고 연해주 주정부 관계자들과 여객선 취항 등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았다.

최 지사는 “2011년 취임 후 가장 먼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설치하고 중국·러시아 지자체들과 협업을 모색해왔는데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 일본, 러시아를 잇는 크루즈가 처음 속초항에 입항했고 내년 3월에는 속초와 슬라비안카 등을 잇는 정기 바닷길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최 지사는 “속초~슬라비안카 노선은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와 중국 동북3성으로 가는 물류, 관광의 최단 항로”라며 “많은 중국 관광객이 훈춘, 슬라비안카를 거쳐 강원도를 찾고 국내 물자가 북방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슬라비안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직선거리로 50㎞가량 남쪽에 있다. 이 항로가 생기면 동해~블라디보스토크 항로에 이어 한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두 번째 바닷길이 된다. 앞서 속초와 러시아 자루비노, 일본 기타큐슈 노선을 잇는 항로가 2000년 개통됐지만 번거로운 출입국 절차와 중국의 선상 비자 발급 중단 등이 겹치면서 수요가 줄었고 결국 2014년 폐쇄됐다. 이번에 자루비노 대신 대형 선박 접안이 더 쉬운 슬라비안카로 바꿔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다. 운항은 한창해운이 맡는다. 강원도 관계자는 “당초 올 하반기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선박 매입, 행정 절차 등이 늦어졌다”며 “최 지사가 이번에 슬라비안카를 방문해 내년 운항을 확정지었다”고 설명했다.

최 지사는 “대북제재가 풀리고 남북 교류창구가 다시 열리면 속초, 원산, 슬라비안카를 잇는 항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북한 최대 관광지구인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조성 중이다.

강원도는 10월께 양양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취항하는 저비용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의 중국 지린성 옌지, 훈춘(공항 건설 예정) 노선도 검토 중이다. 최 지사는 “동해는 그동안 위험한 바다로 취급돼오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극동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남북 간 긴장 완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우리나라도 전략적 관점에서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라비안카=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