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6시40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 간 간담회를 3시간여 앞두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호텔 입구엔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담벼락을 따라선 경찰 버스 수십 대가 ‘차벽(車壁)’을 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오전 8시부터 호텔에 속속 도착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기업인은 정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대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행사장 내부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8시27분께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잇따라 도착했다. 신 회장은 “이번이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만남인데 기대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추가 대미 투자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LG그룹에선 구광모 회장 대신 권영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LG유플러스가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는 점을 의식해 권 부회장이 대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진그룹도 해외 출장 중인 조원태 회장 대신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이 참석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도 행사에 나왔다. 미국에서 웹툰 유통, 소셜 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지만 미국 직접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네이버가 초청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미국 구글에 맞서 한국 포털시장을 수성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나타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 대사관 측 초청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초청 이유에 대해 들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으로는 진원무역의 오창화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진원무역은 미국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 자몽, 아보카도 등 농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676억원이다. 오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산 농수산물을 수입한 인연으로 간담회에 초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