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지난 29일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휴전에 이어 2차 휴전이다. 이에 따라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이 일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미·중이 최종적으로 종전에 이르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심 쟁점을 놓고 미·중 양국 모두 물러서기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전쟁 성격이 강해 단기간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한 발씩 물러선 미·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렸고, 90분가량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우리 농가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거래를 제한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담판’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보류와 ‘화웨이 거래 제한’을 완화했고,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늘리기로 하면서 미·중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미 농무부는 전날 “중국이 미국산 콩(대두) 54만4000t을 주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표밭인 팜벨트(농업지대)에 직접적 혜택이 돌아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의 만남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회담에서 “(중국과 미국은) 충돌과 대항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美·中, 무역전쟁 휴전·협상재개 합의…최종 타결까지는 '가시밭길'
트럼프와 시진핑의 동상이몽

미·중 협상 재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뉴스는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란 공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망이 밝기만 한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정을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핵심 이익 수호와 평등을 주장하며 맞섰다. 양측의 이견도 크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관행을 시정할 법제화 방안을 요구해왔다. 또 중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협상 타결 후에도 일부 고율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미국은 현재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고율 관세 전면 철폐, 중국의 실수요에 기반한 미국 상품 구매 확대, 국가의 존엄을 보장하는 균형 합의를 3대 협상 원칙으로 제시했었다. ‘굴욕 합의’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뜨거운 감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그동안 화웨이를 통한 중국 정부로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의심해왔다는 점에서 화웨이 제재를 완전히 풀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중국은 화웨이 문제를 무역협상 타결의 선결 과제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 어떤 주요한 돌파구 신호도 없다”며 현 상황을 “깨지기 쉬운 평화”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변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화웨이 문제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한 우리의 능력을 급격히 훼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