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업체 등 법인 3곳 함께 기소…총책은 기소중지

필리핀에 쓰레기를 불법 수출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련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이 폐합성수지 수입을 규제한 뒤 폐기물 처리 경로가 막히자 헐값에 폐기물을 처리하고 차액을 챙기기 위해 필리핀 수출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망신' 필리핀 폐기물 수출 업자 등 11명 기소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이동언 부장)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평택 소재 폐기물 업체 G사 대표 A(41)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하고, M사 대표 B(40)씨 등 7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한편 G사 등 관련 법인 3개를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필리핀에 도피 중인 총책 C(57)씨를 기소 중지했다.

A씨 등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 1만6천여t을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속여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당국이 현지에 불법 수출된 한국산 폐기물이 실린 컨테이너를 적발한 사건이 발생하자 평택세관, 한강유역환경청 등과 수사해왔다.

'국제 망신' 필리핀 폐기물 수출 업자 등 11명 기소
G사 실제 운영자이자 총책인 C씨는 2015년 다른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현지에 법인 V사를 개설해 한국에서 폐기물을 불법 수출하면 V사를 통해 수입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G사 부장인 친동생 D(54·구속기소) 씨와 범행을 주도하며 국내 폐기물 수집 업체인 J사 대표 E(41·구속기소) 씨로부터 폐기물을 공급받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

검찰 조사 결과 J사는 제주도, 경기 고양시, 경북 성주군 등에서 배출한 폐기물을 모아 t당 약 15만원을 받아 G사에 t당 약 10만원에 넘겨 폐기물 처리를 의뢰한 뒤 차액을 챙겼다.

G사는 운송비로 t당 3만∼5만원가량을 지출하고, V사에 t당 약 3만원에 폐기물을 수출했다.

8천500여t은 필리핀으로 실제 수출됐고, 7천800여t은 수출 과정에서 반송되는 등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8천500여t 가운데 1천200여t은 올 2월 국내로 반송돼 소각됐다.

'국제 망신' 필리핀 폐기물 수출 업자 등 11명 기소
제주산 폐기물은 아직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남아 있는 5천100여t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G사가 M사 대표 B씨 등과 짜고 평택이나 전북 군산 등의 물류창고에 폐기물 1만8천700여t을 불법 보관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폐기물 불법 수출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무허가 처리업체'의 행위만 범죄수익 환수 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 허가증을 보유한 상태에서 불법 방치하거나 수출한 업체도 수익금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필리핀 관세청은 최근 유해 폐기물 등에 관한 규제법 위반 혐의로 총책 C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