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지상낙원의 달콤한 비밀, 모리셔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 사탕수수의 나라 모리셔스
조은영의 '무브무브' - 사탕수수의 나라 모리셔스
‘천국을 닮은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는 말하자면 사탕수수로 시작해 사탕수수로 인해 만들어진 나라다. 한때는 국토의 80% 이상이 사탕수수 밭인 시절도 있었을 만큼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이곳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사탕수수는 모리셔스를 설명할 때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다.
설탕,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다
솨악 솨악 솨악~.
여기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의 사탕수수 밭이다. 키 큰 사탕수수들은 열대의 미풍에도 갈대처럼 흔들리며 파도 소리를 뿜어낸다. 사탕수수 밭 사이로 난 길고 작은 길 끝엔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트막하지만 선이 날카로운 것이 확실히 우리나라 산세와는 다르게 이국적이다. 사탕수수 밭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뾰족한 산들의 모습은 모리셔스를 다녀온 이라면 마음에 확실히 새겨둔 풍경일 것이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키가 3~5m에 이른다. 한때는 농지의 90%가 사탕수수 밭이던 적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이 사탕수수 밭에는 과거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아픈 역사의 시간들이 묻어 있지만 오늘은 환호를 지르는 관광객이 탄 오픈 지프차가 사탕수수 밭을 가로 지르며 달리고 있다.
4~6세기 인도인들은 사탕수수를 ‘벌 없이 꿀을 만드는 식물’이라고 일컬었다. 씹으면 단맛이 나오는 천상의 식물은 1500년 전 중동 대상들에 의해 그리스, 지중해와 북아프리카로 퍼져나갔고 1696년 설탕이 만들어지면서 목화와 함께 최고의 무역상품이 됐다.
유혹의 하얀 가루, 설탕은 실로 대단한 발견이었다. 사탕수수 즙을 내 화목으로 태워 끓이는 방법으로 제조하던 설탕은 증기기관의 힘과 석유를 사용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식민지 개척 경쟁을 하던 유럽 국가들은 남미, 태평양의 섬들에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조성해 원주민들을 노예로 일하게 했다. 그러다가 원주민이 전염병 등으로 죽고 노동력이 감소하자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노예를 데려와 강제노동을 시켰다.
모리셔스에는 처음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 작은 무인도가 본격적으로 유럽에 알려진 것은 16세기 대항해시대였다. 아랍인들이 975년 섬에 왔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 1505년부터 정박지로 섬을 사용한 것은 포르투갈인들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왕자 이름을 따 ‘일드모리스’라고 섬 이름을 짓고 1598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리스의 섬’에 드나든 것은 네덜란드인들이었다. 그들은 1638년부터 1710년까지 섬에 정착하며 사탕수수 재배를 시작했다.
1710년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모리스의 섬’을 ‘프랑스의 섬’으로 명명하고 약 100년간 식민통치를 한다. 1814년 파리조약으로 대영제국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섬을 ‘모리셔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150여 년간의 영국 지배 끝에 1968년 모리셔스는 독립국이 됐다.
모리셔스의 식민 역사 속에서 지배자들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원주민을 데려와 노예로 부렸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은 영국 통치 시절이던 1835년이다. 그때부터는 인도, 아시아에서 계약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 노동력을 대체했다. 그들이 오늘날 모리셔스의 인구 분포도에서 68%를 차지하는 인도인의 후손이다.
설탕 박물관을 찾아서, 설탕의 모험
모리셔스 기념품으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단연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과 럼이다. 모리셔스산 설탕과 럼은 프리미엄급으로 풍미와 맛이 뛰어나고 종류도 다양하다. ‘설탕의 모험’이란 재미난 뜻의 ‘라방튀르 뒤 쉬크르(L’Aventure du Sucre)’, 일명 설탕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1838년에 지어진 설탕공장을 개조해 꾸민 박물관으로, 설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또한 사탕수수가 주요 산업이던 옛 모리셔스의 생활상을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혀가 얼얼해지는 독한 맛부터 커피, 바닐라 향을 첨가한 달콤한 맛까지 여러 종류의 럼을 마실 수도 있다. 숍에서는 설탕, 럼 외에 다양한 기념품 쇼핑이 가능하다. 특히 옛스러운 분위기의 틴 케이스에 들어 있는 많은 종류의 설탕을 하나하나 맛보고 비교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탕수수를 압착한 즙이나 설탕을 만들고 난 당, 즉 부산물인 당밀(몰라스)을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이것이 ‘럼’이다. 라이트 럼은 2일에서 4일, 헤비 럼은 5일부터 20일에 걸쳐 천천히 발효시키며 이 과정에서 천연 이스트인 바가스(Bagasse)나 이스트의 영양분인 던더(Dunder)를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럼의 독특한 향을 만든다. 향을 위해 아카시아 수액, 파인애플 즙을 첨가해 발효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증류해 셰리 와인 빈통이나 화이트 오크통에 저장하는데 라이트 럼은 2~10년, 헤비 럼은 10~15년까지도 숙성한다. 럼의 알코올 도수는 45~75%다. 설탕을 태워서 만든 캐러멜을 이용해 조절한 색상에 따라 화이트럼, 골드럼, 다크럼 등으로 구분한다. 대표적 럼 메이커인 생토방과 샤토라부도네, 그리고 샤마렐 러머리를 방문하면 당밀이 아닌 처음 짜낸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프리미엄급 럼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일반슈퍼는 싸고 대중적인 럼 브랜드의 전시장이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르몬, 노예들의 춤 세가 댄스
섬의 남단 ‘르 몬(Le Morne)’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 푸른 바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산호라군으로 모리셔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리조트 부지와 골프장이 있어 휴양객에게 낯익은 이름, 예를 들면 다나로빈 비치콤버, 세인트레지스 모리셔스, 럭스 르몬 리조트 등 쟁쟁한 특급 숙소가 포진하고 있다. 세인트레지스 모리셔스 같은 호화 리조트에서의 시간은 꿈과 같이 달콤하게 흘러가는 법, 세상 걱정을 모두 내려 놓고 오직 오늘을 즐기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양 휴양객들은 수영장과 객실, 바다를 오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지상낙원 같은 리조트 어디에서나 눈을 들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바위산 르몬이 보이는데, 모르고 보면 아름답기만 한 이 산에는 사실 가슴 시린 이야기가 있다.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던 노예들이 도망쳐 산에 은신하다가 노예제도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군인들이 자신들을 잡으러 왔다고 오해해 절벽 아래로 투신했다는 안타까운 스토리다. 그래서 르몬의 몬(Morne)은 불어로 한탄하다, 슬퍼하다는 뜻이 있다. 또한 노예들의 고통과 설움을 춤으로 승화한 것이 오늘날 관광객들이 웃으며 관람하는 모리셔스의 전통 댄스인 세가(Sega)다. 골반과 허리를 크고 빠르게 움직이며 팔과 손으로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하게 리듬을 타는 댄서들의 춤에선 강인함과 함께 관능적인 아름다움도 느껴진다. 발 동작이 크지 않은 이유는 노예들이 춤을 출 때 발이 쇠사슬이나 끈으로 묶여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가 댄스는 슬프지 않다. 슬픔을 희망과 위로로 승화한 춤이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피부가 검은 크레올 댄서들과 함께 세가 댄스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천국 같은 열대 휴양지의 밤바다엔 모닥불을 둘러싼 사람들의 웃음이 공중에 흩날린다.
사탕수수 밭을 달리는 황홀경
황홀하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사탕수수 밭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파도 소리를 내며 가느다란 몸을 이리저리 슬로 템포로 흔들어대는 사탕수수들은 막이 오른 무대의 물 오른 무희들 같았다. 이젠 모리셔스 관광의 중요한 아이템이 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벨옴브르 지역에 자리한 헤리티지 네이처 리저브 버기카 액티비티를 신청하면 모리셔스의 야생을, 버기를 직접 운전하며 사탕수수 밭을 달리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탕수수로 설탕과 럼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잎사귀는 가축 먹이로 쓰이고, 전통 가옥이나 리조트의 운치 있는 지붕으로도 올린다. 또 화력발전소에서는 사탕수수 잎을 말린 것을 태워 섬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모리셔스 전기 생산량의 60%를 사탕수수로 생산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사탕수수로 어찌어찌 이 섬에 정착한 이들이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천국보다 먼저 만들어진 섬이라고 마크 트웨인이 격찬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모리셔스에서 각자의 천국을 만났다.
한 권에 한 지역, 한 도시, 한 마을만 이야기하는 트래블 매거진, MOVE의 발행인입니다. 책에서 못다한 그곳의 깊은 이야기를 ‘여행의 향기’에 풀어 놓습니다.
글·사진=조은영 MOVE 편집장/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협조: 모리셔스관광청(MTPA), 모투어코, 드림아일랜드
여행 정보
인천에서 모리셔스로 향하는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를 경유해 갈 수 있다. 홍콩 노선은 에어모리셔스(인천과 홍콩을 오갈 때는 다른 항공사 이용), 싱가포르 노선은 싱가포르항공, 두바이 노선은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을 포함해 약 15~20시간. 관광 목적으로 16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모리셔스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한국에서 모리셔스 루피(MUR)로 환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달러 혹은 유로를 챙긴 뒤 현지에서 모리셔스 루피로 바꾸는 방법이 가장 좋다. 공항 환전소에서 필요한 돈만 환전한 뒤 더 필요하면 호텔이나 리조트 내에 있는 환전소를 이용할 것. 1원에 약 30~35루피. 공용어는 영어.
설탕,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다
솨악 솨악 솨악~.
여기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의 사탕수수 밭이다. 키 큰 사탕수수들은 열대의 미풍에도 갈대처럼 흔들리며 파도 소리를 뿜어낸다. 사탕수수 밭 사이로 난 길고 작은 길 끝엔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트막하지만 선이 날카로운 것이 확실히 우리나라 산세와는 다르게 이국적이다. 사탕수수 밭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뾰족한 산들의 모습은 모리셔스를 다녀온 이라면 마음에 확실히 새겨둔 풍경일 것이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키가 3~5m에 이른다. 한때는 농지의 90%가 사탕수수 밭이던 적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이 사탕수수 밭에는 과거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아픈 역사의 시간들이 묻어 있지만 오늘은 환호를 지르는 관광객이 탄 오픈 지프차가 사탕수수 밭을 가로 지르며 달리고 있다.
4~6세기 인도인들은 사탕수수를 ‘벌 없이 꿀을 만드는 식물’이라고 일컬었다. 씹으면 단맛이 나오는 천상의 식물은 1500년 전 중동 대상들에 의해 그리스, 지중해와 북아프리카로 퍼져나갔고 1696년 설탕이 만들어지면서 목화와 함께 최고의 무역상품이 됐다.
유혹의 하얀 가루, 설탕은 실로 대단한 발견이었다. 사탕수수 즙을 내 화목으로 태워 끓이는 방법으로 제조하던 설탕은 증기기관의 힘과 석유를 사용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식민지 개척 경쟁을 하던 유럽 국가들은 남미, 태평양의 섬들에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조성해 원주민들을 노예로 일하게 했다. 그러다가 원주민이 전염병 등으로 죽고 노동력이 감소하자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노예를 데려와 강제노동을 시켰다.
모리셔스에는 처음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 작은 무인도가 본격적으로 유럽에 알려진 것은 16세기 대항해시대였다. 아랍인들이 975년 섬에 왔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 1505년부터 정박지로 섬을 사용한 것은 포르투갈인들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왕자 이름을 따 ‘일드모리스’라고 섬 이름을 짓고 1598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리스의 섬’에 드나든 것은 네덜란드인들이었다. 그들은 1638년부터 1710년까지 섬에 정착하며 사탕수수 재배를 시작했다.
1710년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모리스의 섬’을 ‘프랑스의 섬’으로 명명하고 약 100년간 식민통치를 한다. 1814년 파리조약으로 대영제국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섬을 ‘모리셔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150여 년간의 영국 지배 끝에 1968년 모리셔스는 독립국이 됐다.
모리셔스의 식민 역사 속에서 지배자들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원주민을 데려와 노예로 부렸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은 영국 통치 시절이던 1835년이다. 그때부터는 인도, 아시아에서 계약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 노동력을 대체했다. 그들이 오늘날 모리셔스의 인구 분포도에서 68%를 차지하는 인도인의 후손이다.
설탕 박물관을 찾아서, 설탕의 모험
모리셔스 기념품으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단연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과 럼이다. 모리셔스산 설탕과 럼은 프리미엄급으로 풍미와 맛이 뛰어나고 종류도 다양하다. ‘설탕의 모험’이란 재미난 뜻의 ‘라방튀르 뒤 쉬크르(L’Aventure du Sucre)’, 일명 설탕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1838년에 지어진 설탕공장을 개조해 꾸민 박물관으로, 설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또한 사탕수수가 주요 산업이던 옛 모리셔스의 생활상을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혀가 얼얼해지는 독한 맛부터 커피, 바닐라 향을 첨가한 달콤한 맛까지 여러 종류의 럼을 마실 수도 있다. 숍에서는 설탕, 럼 외에 다양한 기념품 쇼핑이 가능하다. 특히 옛스러운 분위기의 틴 케이스에 들어 있는 많은 종류의 설탕을 하나하나 맛보고 비교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탕수수를 압착한 즙이나 설탕을 만들고 난 당, 즉 부산물인 당밀(몰라스)을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이것이 ‘럼’이다. 라이트 럼은 2일에서 4일, 헤비 럼은 5일부터 20일에 걸쳐 천천히 발효시키며 이 과정에서 천연 이스트인 바가스(Bagasse)나 이스트의 영양분인 던더(Dunder)를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럼의 독특한 향을 만든다. 향을 위해 아카시아 수액, 파인애플 즙을 첨가해 발효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증류해 셰리 와인 빈통이나 화이트 오크통에 저장하는데 라이트 럼은 2~10년, 헤비 럼은 10~15년까지도 숙성한다. 럼의 알코올 도수는 45~75%다. 설탕을 태워서 만든 캐러멜을 이용해 조절한 색상에 따라 화이트럼, 골드럼, 다크럼 등으로 구분한다. 대표적 럼 메이커인 생토방과 샤토라부도네, 그리고 샤마렐 러머리를 방문하면 당밀이 아닌 처음 짜낸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프리미엄급 럼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일반슈퍼는 싸고 대중적인 럼 브랜드의 전시장이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르몬, 노예들의 춤 세가 댄스
섬의 남단 ‘르 몬(Le Morne)’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 푸른 바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산호라군으로 모리셔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리조트 부지와 골프장이 있어 휴양객에게 낯익은 이름, 예를 들면 다나로빈 비치콤버, 세인트레지스 모리셔스, 럭스 르몬 리조트 등 쟁쟁한 특급 숙소가 포진하고 있다. 세인트레지스 모리셔스 같은 호화 리조트에서의 시간은 꿈과 같이 달콤하게 흘러가는 법, 세상 걱정을 모두 내려 놓고 오직 오늘을 즐기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양 휴양객들은 수영장과 객실, 바다를 오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지상낙원 같은 리조트 어디에서나 눈을 들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바위산 르몬이 보이는데, 모르고 보면 아름답기만 한 이 산에는 사실 가슴 시린 이야기가 있다.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던 노예들이 도망쳐 산에 은신하다가 노예제도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군인들이 자신들을 잡으러 왔다고 오해해 절벽 아래로 투신했다는 안타까운 스토리다. 그래서 르몬의 몬(Morne)은 불어로 한탄하다, 슬퍼하다는 뜻이 있다. 또한 노예들의 고통과 설움을 춤으로 승화한 것이 오늘날 관광객들이 웃으며 관람하는 모리셔스의 전통 댄스인 세가(Sega)다. 골반과 허리를 크고 빠르게 움직이며 팔과 손으로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하게 리듬을 타는 댄서들의 춤에선 강인함과 함께 관능적인 아름다움도 느껴진다. 발 동작이 크지 않은 이유는 노예들이 춤을 출 때 발이 쇠사슬이나 끈으로 묶여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가 댄스는 슬프지 않다. 슬픔을 희망과 위로로 승화한 춤이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피부가 검은 크레올 댄서들과 함께 세가 댄스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천국 같은 열대 휴양지의 밤바다엔 모닥불을 둘러싼 사람들의 웃음이 공중에 흩날린다.
사탕수수 밭을 달리는 황홀경
황홀하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사탕수수 밭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파도 소리를 내며 가느다란 몸을 이리저리 슬로 템포로 흔들어대는 사탕수수들은 막이 오른 무대의 물 오른 무희들 같았다. 이젠 모리셔스 관광의 중요한 아이템이 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벨옴브르 지역에 자리한 헤리티지 네이처 리저브 버기카 액티비티를 신청하면 모리셔스의 야생을, 버기를 직접 운전하며 사탕수수 밭을 달리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탕수수로 설탕과 럼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잎사귀는 가축 먹이로 쓰이고, 전통 가옥이나 리조트의 운치 있는 지붕으로도 올린다. 또 화력발전소에서는 사탕수수 잎을 말린 것을 태워 섬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모리셔스 전기 생산량의 60%를 사탕수수로 생산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사탕수수로 어찌어찌 이 섬에 정착한 이들이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천국보다 먼저 만들어진 섬이라고 마크 트웨인이 격찬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모리셔스에서 각자의 천국을 만났다.
한 권에 한 지역, 한 도시, 한 마을만 이야기하는 트래블 매거진, MOVE의 발행인입니다. 책에서 못다한 그곳의 깊은 이야기를 ‘여행의 향기’에 풀어 놓습니다.
글·사진=조은영 MOVE 편집장/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협조: 모리셔스관광청(MTPA), 모투어코, 드림아일랜드
여행 정보
인천에서 모리셔스로 향하는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를 경유해 갈 수 있다. 홍콩 노선은 에어모리셔스(인천과 홍콩을 오갈 때는 다른 항공사 이용), 싱가포르 노선은 싱가포르항공, 두바이 노선은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을 포함해 약 15~20시간. 관광 목적으로 16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모리셔스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한국에서 모리셔스 루피(MUR)로 환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달러 혹은 유로를 챙긴 뒤 현지에서 모리셔스 루피로 바꾸는 방법이 가장 좋다. 공항 환전소에서 필요한 돈만 환전한 뒤 더 필요하면 호텔이나 리조트 내에 있는 환전소를 이용할 것. 1원에 약 30~35루피. 공용어는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