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관광은 블랙스완을 기다린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말이 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사람들은 백조는 희다라는 말을 진리로 생각했다. 검은 백조는 누구도 본 적이 없어서 백조는 흰색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호주 대륙이 발견되고 난 뒤 이 믿음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호주에 검은 백조가 있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진리라고 믿었던 명제를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깨뜨린 것이다. 이후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어나면 굉장한 파급효과가 생기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때때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세상을 지탱해오던 단단한 믿음의 판이 부서지고 새로운 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 엄청난 수의 외국인이 몰려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최근 몇 년 감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6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다. 가히 관광선진국에 올라섰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관광객 쏠림현상도 해소돼서 미주 유럽은 물론 중동이나 동남아시아권 관광객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 관광을 즐기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인식도 확실히 달라졌다.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 문화 전반의 수준이 높아지고 특히 한류가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면서 한국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차지하고 세계 팬들이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까지 생겼다.

이제 한국은 세계 관광 시장의 블랙스완이 됐다고 해도 허풍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같이 즐길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절대 부족하다. 관광을 문자 그대로 눈으로 보여지는 관광자원에 한정한다면 프랑스, 터키, 일본 같은 관광대국을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형 관광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체험하고 심지어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체험은 관광의 요소가 아니라 본질이 돼가고 있다. 충청도 소주회사 맥키스 컴퍼니가 조성한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만 해도 단순히 산의 가치로만 따진다면 굳이 사람들이 찾을 만한 산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전하면 ‘계족산 황톳길’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해진 것은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라는 체험요소가 곁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드라운 황토를 발로 느끼며 걷는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호기심에 황톳길을 걸었던 외국인들이 마니아가 돼서 주말마다 산길을 걷는 모습도 자주 목격한다. 관광의 판을 바꾸면 대한민국이 체험관광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관광 한국의 미래요, 관광의 블랙스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