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교육감, '전국구' 용인외대부고에 평가잣대 상향조정 시사
안산동산고 지정취소시 경기도 유일 자사고…학교측 "평가지표 문제제기"


최근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자사고 평가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내년 평가 대상인 용인한국외국어대학부설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용인외대부고는 매년 국내외 유명 대학 입학생을 배출하고 있어 전국 자사고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 학교 중 한 곳이다 보니, 도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를 둘러싼 큰 반발이 예상된다.
내년엔 용인외대부고 차례?…심상찮은 공기에 "앉아서 안당해"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연임 1주년 인터뷰에서 "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외고·과학고 등)와 같이 (학생선발권 및 교육과정 편성권 등의) 특혜와 특권을 부여하는 학교에 대해선 학교 평가 기준이 더 높아야 한다.

70점이 아니라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평가를 앞둔 용인외대부고를 거론하며 "안산동산고와 달리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혀 평가 기준을 현행 70점보다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5년 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에 미달해 한차례 지정 취소 위기를 겪은 바 있는 안산동산고와 달리 비교적 순탄하게 자사고 명맥을 유지해 온 용인외대부고도 이번만큼은 '지정 취소'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2005년 설립된 용인외대부고는 2010년 자사고로 지정됐다.

2015년엔 전국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 3위(63명), 2016년도엔 1위(76명) 등을 기록하는 등 전국 인기 자사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학생 수 감소 추세 등으로 신입생 모집이 미달하는 등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도내 일부 특목고나 다른 자사고와 달리 용인외대부고는 2017학년도 2.45대 1, 2018학년도 2.57대 1, 2019학년도 1.7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5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도 당시 교육부가 정한 평가 기준점 60점을 가뿐히 넘겨 자사고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자사고 평가 기준 상향' 취지 발언 탓에 용인외대부고가 내년 평가에서도 기준점을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내년엔 용인외대부고 차례?…심상찮은 공기에 "앉아서 안당해"
올해 안산동사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감사 등 지적사항에서 감점 배점이 크기 때문에 이 항목에서 감점되는 점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외대부고는 2017년 도 교육청 종합감사를 받았는데, 처분서에 따르면 '주의' 처분 4개와 '기관경고' 처분 1개를 받았다.

올해 자사고 평가 기준대로라면 여기에서만 총점에서 6점이 깎인다.

게다가 도 교육청이 2017년 이후 기간에 대한 감사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감점 요소가 잠재된 상태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용인외대부고는 2017년 이후 감사받은 내용이 없다.

자율형공립고의 경우 이미 종합감사를 모두 받았음에도 올해 특정감사를 또 받았다.

자공고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추가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2017년 이후 도 교육청 이외 기관인 교육부나 감사원 등으로부터 감사받은 게 있다면 그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안산동산고도 도 교육청 감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감사 결과를 평가에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고 지정 기준점수는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물론 점수를 높이는 데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할 것"이라며 "학생 모집단이 전국 단위인 용인외대부고 안산동산고와 다르다. 또 단순히 생각해봐도 지난 5년간 학교가 성장했어야 한다. 5년 전 기준보다는 높여야 하는 게 대단히 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내년엔 용인외대부고 차례?…심상찮은 공기에 "앉아서 안당해"
학교 측은 다른 자사고들과 연대해 불합리한 평가지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외대부고 측은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힘없는 학교가 어쩔 수 있겠느냐. 우리도 앉아서 당하고만은 있을 수 없다. 올해 평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다른 자사고들과 연대를 하던지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고 특권이고 특혜라고 하는데 교육과정 자율 편성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율적으로 편성하라고 해놓고 정작 평가에서 국·영·수 등 기초과목 비율 50% 제한을 두고 있다.

또 일반고처럼 인건비 지원도 받지 못해 학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또한 평가지표에서 불리하게 채점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학교는 다양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하고 싶은 걸 펼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에 한 번도 와보지도 않고 '입시 위주 학교'라고만 왜곡한다"라며 "교육집단을 놓고 이렇게 교육감 개인의 생각으로만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은 재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도내 유일한 자사고로 남게 되는 용인외대부고의 지정 기간은 2021년 2월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