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7월 중순쯤 시작, 장소 아직"…北, 폼페이오 교체 요구 물러선듯
"서두르지 않는다"…FFVD 거론, 유엔 제재 이행 입장 재확인
폼페이오 "협상 카운터파트는 외무성"…北 라인업 교체 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북미 간 실무협상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며 7월 중순께 실무협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노딜 책임론'에 따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중심의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대미 협상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양상이 나타난 가운데 대미 협상 라인이 통전부에서 외무성 중심으로 교체됐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을 통해 대화 재개의 동력을 확보, '포괄적 협상'에 합의한 가운데 북한의 라인업 재정비 작업을 토대로 북미 양측간 실무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북측의 새 진용의 면면이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후 오산 공군 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실무협상을 이끌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카운터파트로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무성 누가 될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두어명 중 한 명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어명'이 누군지는 부연하지 않았다.

이날 북미 정상의 만남 영상에는 북한의 대미 외교를 이끄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 상이 포착됐다.

김 부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서는 최 제1부상의 위상이 최근 크게 높아져 그가 직접 실무협상에 나오기보다는 그의 지휘를 받는 외무성 인사가 비건 특별대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뒤를 이을 폼페이오 장관의 새 카운터파트로 최 제1 부상 발탁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협상 돌입 시점과 관련, "아마도 앞으로 2∼3주내, 즉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협상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팀들이 모여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의견 교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부터 교체 요구를 받아온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협상 총책이라는 지위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가 아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나에게 책임을 맡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측 협상팀을 고르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누가 미측 협상팀을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엄연히 당신이 선택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북측이 더이상 미국에 협상팀 교체를 요구하지 않고 진용 구성에 대한 재량권을 인정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후 폼페이오 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며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합의 도출에 실패했던 하노이 회담에서조차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며 실무협상을 통해 "논의를 위한 출발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남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우리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했다.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들떠 있다"며 "이는 북한과 미국, 전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도박'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도박이) 먹혔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합의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였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 밖에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화의 요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맡겨두겠다.

그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뭔가 매우 중요한 것에 대해 진짜 해결하길 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말해왔고, 나는 김 위원장도 그러한 견해를 공유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속도'를 재차 거론했다.

'제재 유지 정책은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합의에 도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면서도 "어떠한 길로 가게 될지를 알지 못하지만 1년 전에 있던 지점보다는 멀리 와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역사에 남을 일을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DMZ 방문을 동행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싱가포르에서 양국이 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내 북한 카운터파트와 일해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합의사항 이행 작업이 이날로써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데 헌신하고 있다"며 "한미 간 조율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비핵화에 앞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SCR) 결의의 이행에 계속 굳건해야 한다"며 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