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1만 2000가구 '릴레이 입주' 시작…전셋값 '뚝뚝'
서울 강동구 일대에 올해 1만2000가구에 이르는 릴레이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510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전세난의 홍역을 겪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강동구와 가까운 송파구와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명일동을 중심으로 호가가 1000만원 이상 하락한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강동 ‘래미안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주 대비 2000만원 떨어진 4억원대에 나와 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매매가격은 8억8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50%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현재 강동구 일대 전세 매매가는 5월 대비 0.53% 떨어졌고 작년 말 대비 7.05% 하락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잔금을 치르려는 입주자들이 전세가격을 1000만원 정도 낮춰서 부르고 있다”며 “전세 수요자들이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동구 전셋값 하락세는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래미안명일역 솔베뉴’ 외에도 오는 9월 입주를 시작하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사진), 12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등 대규모 단지가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이미 작년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하락한 상태다. 강동 고덕아이파크 전용 84㎡는 작년 6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6월에 들어서는 4억5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거래량 감소도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동구 전세 거래는 지난 3월 90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에는 290건으로 줄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위원은 “전셋값은 입주시작 2개월에 저점을 찍는데 1만2000가구 릴레이 입주를 앞두고 가격 조정이 시작된 셈”이라며 “강동을 포함한 미사신도시 등 근접지역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강남과 서초 등지에는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