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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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1조원대 기술수출을 또 성사시켰다. 의학적 미충족 수요에 대한 파악과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유기적 협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1일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물질은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다. 총 기술수출 금액은 8억7000만달러(약 1조46억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중 금액 기준 역대 5번째 규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은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와 체결한 39억유로(약 5조원)다. 이 계약으로 사노피는 3개의 당뇨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2016년 수정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3개의 후보물질 중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를 반환했다. 총 기술수출 금액도 29억유로(약 4조원) 규모로 줄었다. 줄어든 규모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기술수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대 2위는 유한양행이 지난 11월 얀센과 체결한 12억5500만달러다. 얀센은 이 계약을 통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세계 권리(한국 제외)를 가져갔다.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수출 규모는 2015년 11월과 2016년 9월 한미약품이 얀센(당뇨·비만, 9억1500만달러) 및 제넨텍(표적항암제, 9억1000만달러)에 기술이전한 계약 다음으로 크다.

이에 앞서 유한양행은 올 1월 길리어드와 NASH 후보물질 2종을 7억85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전임상 단계서 1조원대 기술수출 성공…역대 5번째 규모
NASH의 경우 길리어드와의 계약은 후보물질도 도출되지 않은 시점에 체결됐다.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으로 수출된 물질도 전임상 비독성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만큼 NASH 치료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알 수 있다.

NASH는 술을 안 마시거나 적게 마시는데도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 간세포 손상과 염증이 동반되는 질환을 말한다. 간섬유화 간경변 간암 등을 불러온다. NASH 발생 시 5년 생존율은 67%, 10년 생존율은 59%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비만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간에서의 지방 축적과 염증을 막는 방식으로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도 NASH 관련 다수의 치료법 개발을 진행 중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하나의 증산만을 표적하는 방법으로는 중증의 환자에서 완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증 염증 섬유증이라는NASH의 3가지 핵심 증상을 모두 표적하는 차세대 치료법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유한양행의 이번 물질도 전임상에서 두 가지 이상의 증상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물질 외에도 2개의 NASH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신약개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한양행은 적극적인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의 경우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 및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했으며, 이번 물질은 제넥신의 약효지속성 기술을 적용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