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I, PR, HF 등 다양한 공정에 사용…"기술력에서 일본이 앞서"

일본 정부가 1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공식화했다.

일본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생산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70%를 생산하는 에칭가스 등 3가지 품목이 그 대상이다.

업계에서조차 생소한 이 품목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맡는 역할을 살펴보자.
◇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먼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 LG전자의 롤러블 TV 등이 이 소재를 필요로 한다.

폴리이미드(PI)는 플라스틱 소재여서 쉽게 깨지는 유리와 달리 복원력이 좋고 충격에 강하다.

여기에 플루오린(불소)을 더하는 과정을 '불소 처리'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열 안정성과 강도 등 특성을 강화한 게 바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국내에는 공급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디스플레이 업체는 일본이 아닌 중국 업체로부터 FPI를 수입하기도 한다.

◇ 포토리지스트, 국내 업체도 '후발주자'로 합류

포토리지스트(PR·감광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계 모두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PR은 빛을 통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반도체 '노광'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로 국내에서도 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 표면에 빛에 민감한 물질인 PR을 골고루 발라 웨이퍼를 인화지처럼 만들어 준 뒤, 노광장비를 사용해 회로 패턴이 담긴 마스크에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찍어낸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픽셀을 구동하는 TFT(박막 필름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웨이퍼 대신 유리 기판 위에 PR을 사용해 이 같은 공정을 거친다.

반도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핵심 영역에는 주로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PR을 쓰고 있다.
◇ 반도체 자르고 씻는 에칭가스…"일본이 사실상 독점"

에칭가스(HF·고순도불화수소)는 금속은 물론 유리나 실리콘까지 녹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반도체 회로의 패턴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에칭(etching·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마찬가지의 공정을 '슬리밍'이라고 부르는데, 역시 에칭가스가 사용된다.

이밖에 PR이 사용되는 포토 공정 이후 웨이퍼 표면의 찌꺼기 등을 제거하는 세정공정에도 에칭가스가 사용된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에칭가스에 대해 "솔브레인 등이 국내에서 공급 중이나, 실은 일본 업체들과의 JV(합작사)를 통해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