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017년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11번가의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 11번가를 중심으로 롯데 안에 제각각 흩어진 계열사 온라인몰을 하나로 묶을 생각이었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11번가의 모기업 SK텔레콤과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후 2년간 두 회사는 온라인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다. 쿠팡의 공세를 지켜만 봤다. 쿠팡이 무료배송(로켓배송)에 나서고, 유료 회원제(로켓와우클럽)를 도입하고, 간편결제(쿠페이)를 확대해도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의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늘어나자 태도가 바뀌었다. 계속 내버려두면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롯데와 11번가가 쿠팡에 맞서 공세를 시작했다. 이들의 강점인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롯데·SK "쿠팡 잡아라"…유료회원·페이 승부수
오프라인 할인 많은 롯데 유료회원제

롯데쇼핑 e커머스 부문은 온라인 유료회원제 ‘롯데오너스’를 1일 선보였다. 언뜻 보면 작년 10월 쿠팡이 선보인 유료회원제 로켓와우클럽과 비슷하다.

월 회비 2900원을 내면 무료 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것부터 그렇다. 롯데그룹 내 7개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이 대상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롯데하이마트 등이다. 이들 계열사 온라인몰에서 한 달에 2회씩, 총 14회의 무료 배송 쿠폰을 제공한다.

처음 가입하면 롯데의 통합 포인트인 엘포인트 2000점을 지급하고 구매액의 최대 2%를 엘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롯데오너스 멤버십 회원만 구매 가능한 상품 기획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쿠팡의 유료회원제와 다른 건 롯데의 비유통 오프라인 계열사 할인이다. 할인 종류도 다양하다. 롯데월드어드벤처 자유이용권을 44% 할인해준다. 롯데렌터카도 최대 80% 할인율이 적용된다. 롯데시네마 2000원 할인권도 한 달에 2장씩 준다. 추동우 롯데e커머스 상무는 “롯데 비유통 계열사 오프라인 매장의 할인 혜택은 다른 e커머스가 따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 2년간 흩어져 있는 계열사의 온라인몰 통합에 집중했다. 쿠팡과의 전쟁을 위해 시스템을 정비했다. 첫 결과물이 ‘롯데 ON’이다. 지난 3월 말 유통 7개 계열사 앱(응용프로그램)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쓸 수 있게 했다. 내년 3월에는 이들 7개 계열사 앱을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SK페이, 3만5000곳 오프라인 결제 강점

11번가의 반격은 간편결제 확장이다. 11번가의 간편결제 ‘11페이’와 SK텔레콤의 ‘T페이’를 합쳤다. 통합 간편결제의 이름은 ‘SK페이’다.

11번가의 전략도 롯데와 비슷하다. 쿠팡에 없는 오프라인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쿠팡의 간편결제 쿠페이는 현재 쿠팡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SK페이는 다르다. 온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한 곳이 30여 개에 이른다. 11번가를 비롯해 홈쇼핑 CJ오쇼핑,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교보문고 등이다. SK텔레콤의 T맵 택시와 T맵 주차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많다.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SK텔레콤 대리점인 T월드에서도 쓸 수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롯데리아 빕스 등 외식 업체에서도 받아준다. 오프라인 매장 3만5000여 곳이 사용 대상이다.

포인트 활용도 강점이다. SK그룹의 T멤버십, OK캐쉬백 등을 SK페이 포인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11번가는 SK브로드밴드, SK스토아, 음원서비스 플로 등 SK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용처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