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확대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이번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시작되는 날을 전후해 당 의원총회를 열어 사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중 어느 쪽 위원장을 가져올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상화 일환으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맡고 있던 사개·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하나씩 맡기로 합의했다. 만약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차지하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 270명으로 축소,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위원장 자리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정개특위 내 한국당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당은 이번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 자당 몫 정개특위 위원 수를 1명 늘렸다. 종전에는 정원 18명인 정개특위 위원 중 민주당이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각 1명이었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평화당과 손을 잡아도 재적 위원 과반수(10명)에 못 미치는 9명에 불과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막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당 위원이 한 명 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특위에서 아예 부결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위에서 부결되면 여야 합의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재지정해야 한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으면 선거법 개정안을 1차 심사하는 정치개혁제1소위원회 위원장을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저쪽(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가져가면 우리는 소위원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여권은 한국당이 특위 위원장이나 소위 위원장을 맡으면 법안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특위 활동 기한(8월 31일)이 종료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올해 말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던 민주당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내주게 된 정의당은 이날도 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자르고 한국당과 담합한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민주당을 돕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