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타델 초단타 창구' 메릴린치…美 본사에 537억 송금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시타델증권의 매매창구 역할을 한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금액을 최근 본사로 송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릴린치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증권사 지점들은 전년 이익금 중 일부를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본사로 보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지난달 말 총 537억원을 미국 메릴린치 본사에 송금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537억원이었다. 지난해 거둔 순이익 전액을 미국 본사에 송금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본사 송금액을 늘리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은 코스닥시장이었다. 메릴린치가 지난해 코스닥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은 227억원으로 작년(154억원)보다 47% 늘었다.

메릴린치의 코스닥 수수료 수익은 2016년 112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수수료 수익은 2016년 619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으로 13%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시타델이 1000개 이상의 코스닥 종목을 대상으로 알고리즘 기법을 활용한 고빈도매매를 한 결과 메릴린치가 코스닥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코스닥 거래대금 규모는 2017년 약 44조원에서 지난해 84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시타델의 고빈도매매를 수탁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19일까지 세 번에 걸쳐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별개로 시타델에 대해 시세조종이나 시장질서 교란 혐의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빈도매매의 위법성은 물론이고 매매를 통해 올린 수익 규모에 대해서도 시타델·메릴린치와 금융당국 간 견해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며 “향후 당국 조사에서 고빈도매매를 통해 시타델과 메릴린치가 거둔 수익이 얼마인지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