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줄어든 44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6년 1월(-19.6%) 후 3년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세계 교역이 위축된 데다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단가가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對)중 수출이 24.1% 감소해 2009년 5월(-25.6%) 후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6월 수입은 400억1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1.1% 줄었다. 무역수지는 41억7000만달러 흑자를 유지했다.

출 7개월 연속 마이너스…반도체 이어 석유화학까지 25% 급감

수출이 7개월 연속 줄어든 건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최장기간이다. 문제는 수출 부진 추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수출은 올 2월 -11.4%(전년 동기 대비)로 바닥을 찍은 뒤 4월(-2.0%)까지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5월 -9.4%에 이어 지난달엔 -13.5%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 부진이 최소한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력품목 줄줄이 추락

국내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함께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다른 품목의 단가 하락세가 커진 게 직격탄이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이 침체되면서 반도체 단가는 작년 동기 대비 33.2% 떨어졌고 석유화학(-17.3%) 석유제품(-11.6%) 등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5.5%, 석유화학은 24.5%, 석유제품은 24.2% 감소했다.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달 62억달러로, 반도체(83억달러)에 이어 단연 2위다. 액수로 세 번째인 일반기계(42억달러) 수출은 3.8%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산업의 근간이 되는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이 급감한 게 무엇보다 걱정”이라며 “수출 부진이 반도체 위주에서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선박 수출이 지난달 일회성으로 46.4% 깜짝 급증했고, 자동차(8.1%) 수출은 소폭 회복됐다.

6월의 수출 위축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최대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액이 지난달 105억달러로, 작년 6월 대비 24.1% 감소했다. 일본(-11.4%)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8.5%) 유럽연합(EU, -3.1%) 미국(-2.5%) 등으로의 수출도 부진했다. 중국을 뺀 나머지 지역만 계산해도 6월 수출 감소율이 9.6%에 달했다.

“하반기도 부진 계속”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당분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와 수출업계의 우려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함께 주력 품목의 업황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한 반도체 D램(8Gb 기준) 가격은 지난달 3.4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60.2% 떨어졌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됐지만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1억7000만달러로 8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으나 수입액 역시 감소한 덕분이다. 올 상반기 전체로 확대하면 무역수지는 195억5000만달러 흑자에 불과했다. 연간으로는 400억달러를 밑돌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됐던 2012년(283억달러)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무역수지는 2017년만 해도 952억달러, 작년엔 697억달러 흑자였다.

정부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날 긴급 수출점검회의를 열었다. 하반기에만 무역금융을 총 119조원 공급하되 그중 약 60%를 3분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 부진 상황에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총력 지원체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