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5% 감소했다.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세계 교역이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 수출 단가 하락이 이어진 데다 수출 2위 품목인 석유화학까지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무역금융 집중 지원 등의 대책을 논의했지만, 수출 부진을 반전시킬 근본 처방이 될지 의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주력산업 수출이 7.4% 줄어들고 특히 반도체는 21.3%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도체 탓, 중국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새로운 수출 품목을 키우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대 수출품목에 변화가 거의 없다. 수출 주력품목의 세대교체 실패가 대외 여건이 취약해지면서 수출 부진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산업 구조개혁을 미룬 대가는 수출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한 주요 소재들에 대해 신고 절차 강화 등 까다로운 규제를 들고나왔다.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의 약점을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선진국(30% 이상)보다 낮은 25% 수준에서 정체해 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 등을 외쳐왔음에도 해외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일본 소재 의존도 축소 우려를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은 한국 산업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소재·부품 강국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잠시 안도감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 미·중 충돌 격화 시 최대 피해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떤 타협점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꼭 이득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이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들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미·중 분쟁 타결을 계기로 중국의 기술발전이 다시 날개를 단다면 첨단기술 개발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주력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신산업 전체가 중국의 공습을 우려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주력산업 고도화, 신산업 진입 시기를 미룰수록 그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위험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수출 부진, 일본의 보복, 미·중 갈등 등에 대해 단순히 현상의 개선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닌 이유다. 시간이 없다. 정부도 기업도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산업구조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