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홍콩시위는 스트롱 맨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안)으로 촉발된 홍콩의 시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홍콩의 시위는 스트롱 맨(strongman) 시진핑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의 확산하는 시위가 시진핑의 독재적인 통치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시황제'(習皇帝)로 불릴 정도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홍콩의 시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등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콩의 시위는 시 주석을 정치적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가디언은 홍콩의 시위가 시 주석의 개입을 압박할 수 있다면서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의 '스트롱 맨'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송환법안 추진에 대한 홍콩 정부의 잘못 시인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사그라지지 않자 중국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의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은 1일에도 홍콩시민 수십만명은 송환법안 완전 철폐,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을 촉구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번 홍콩 시위는 표면상 송환법 저지를 위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비례해 중국 내 다원주의가 약화하고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으며,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디언은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상기시키면서 "홍콩의 위기가 심화한다면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지도자들이 30년 전 톈안먼 광장에서 발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에 의존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부여받았다.

특히 제13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연임 제한이 원래부터 없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후 후계구도를 둘러싼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주석직 2연임제, 후계자 격대지정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집단지도 체제 원칙은 이후 3세대 최고지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4세대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때까지 지켜졌으나 5세대 지도자인 시 주석 때에 사실상 붕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