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에어버스에 대한 ‘부당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유럽연합(EU)에 추가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휴전하자마자 ‘대서양 동맹’인 EU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40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89개로 체리, 육류, 치즈, 올리브, 파이프 등 농식품과 금속제품 등이 포함됐다.
美, 中과 휴전하자마자 '대서양 동맹' EU 공격
USTR은 지난 4월에도 같은 명목으로 210억달러어치 EU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당시 미국은 “에어버스 보조금 때문에 보잉 등 미국 기업들이 연간 110억달러가량 피해를 보고 있다”며 동일 금액만큼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210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을 보복관세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40억달러어치를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을 이유로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한 EU 제품은 총 250억달러로 늘어났다.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미국과 EU의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도 4월 미국의 관세 부과 경고에 맞서 ‘맞불 관세’를 놓을 동일 규모의 미국 제품 목록을 준비해뒀다.

미국과 EU는 2004년부터 15년간 상대방 항공사에 대한 보조금으로 자국 기업이 피해를 봤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WTO가 에어버스 보조금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EU는 미국의 피해액 산정이 과장됐으며 미국도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를 둘러싼 갈등 외에도 미국과 EU는 이미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EU는 리바이스, 할리데이비슨 등 28억유로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대서양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작년 7월 미국과 EU는 휴전에 합의하며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올 들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에서 생산한 수입차와 수입차 부품에 최고 25%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는 미국이 유럽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