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특수어 인재는 국가적 자산…인문학 기반 융합 교육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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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외국어 교육 메카'
한국외국어대 김인철 총장
한국외국어대 김인철 총장
“홍수에 대비해 댐을 짓는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62)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외대를 공기업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공기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며 “한국외대 역시 꼭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 특수어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어는 국가 전략 자산”
김 총장은 햇수로 6년째 한국외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10대 총장으로 선임돼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김 총장은 학교를 운영하면서 늘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는 세계 45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중 루마니아어와 몽골어, 헝가리어 등 특수 언어만 27개에 달한다. 특수어는 평소에는 학문적 수요가 크지 않지만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언어라는 게 김 총장 생각이다.
그는 특수어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을 예로 들었다. 김 총장은 “국내에서 소말리아에서 쓰는 언어를 교육하는 곳이 한국외대밖에 없었다”며 “해적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 한국외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도 비슷한 사례다. 1970년대 베트남이 공산화된 이후에도 한국외대는 언젠가 문이 열릴 날을 기다리며 베트남어 교육을 놓지 않았다. 김 총장은 “한국외대가 단기적인 시각으로 베트남어 교육을 접었다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학문적 수요가 줄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어와 독일어 명맥을 한국외대는 끝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한국외대가 맡고 있는 역할에 비해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국가 중 외국어대학을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명 ‘외대법’이라고 불리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부터 시행되면서 예산을 지원받아 숨통은 트였지만 선진국이나 해외 국립외국어대에 비하면 지원금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김 총장 설명이다.
산학협력도 인문학 기반으로
김 총장은 이공계 전성시대에도 한국외대만의 ‘DNA’를 잃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외대의 강점인 인문학을 기반으로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소수 정예 이공계학과와 융복합 교육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인문학 없는 이공계 세상은 방향성을 잃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결국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의 대표 학과인 영어학과는 지난해부터 영어에 공학을 접목한 영어언어학 및 언어공학과(ELLT)로 개편됐다. 국내 대학 외국어학과 중 학과명에 ‘공학’을 넣은 것은 ELLT가 처음이다. ELLT는 영어를 기본으로 언어 데이터처리 능력을 배양하는 학과다. 언어공학 교육의 전문성을 위해 공학을 전공한 교수도 영입했다.
산학협력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는 통번역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총장은 “통번역 알고리즘 연구는 한쪽에서 보면 이공계 사업처럼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인문학 사업”이라며 “인문학과 이공학을 융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학과와 학부 등 전공을 구분하는 장벽을 낮추고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단과 대학별로 신입생을 통합 선발해 2학년으로 올라갈 때 학과를 선택하고, 전공 변경 기회를 3학년까지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수들에게는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소속을 한 학과에 국한하지 않는 ‘교수 복수 소속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학내 구성원의 자율성을 끌어올려 융복합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배태웅 기자 pjk@hankyung.com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62)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외대를 공기업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공기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며 “한국외대 역시 꼭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 특수어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어는 국가 전략 자산”
김 총장은 햇수로 6년째 한국외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10대 총장으로 선임돼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김 총장은 학교를 운영하면서 늘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는 세계 45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중 루마니아어와 몽골어, 헝가리어 등 특수 언어만 27개에 달한다. 특수어는 평소에는 학문적 수요가 크지 않지만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언어라는 게 김 총장 생각이다.
그는 특수어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을 예로 들었다. 김 총장은 “국내에서 소말리아에서 쓰는 언어를 교육하는 곳이 한국외대밖에 없었다”며 “해적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 한국외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도 비슷한 사례다. 1970년대 베트남이 공산화된 이후에도 한국외대는 언젠가 문이 열릴 날을 기다리며 베트남어 교육을 놓지 않았다. 김 총장은 “한국외대가 단기적인 시각으로 베트남어 교육을 접었다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학문적 수요가 줄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어와 독일어 명맥을 한국외대는 끝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한국외대가 맡고 있는 역할에 비해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국가 중 외국어대학을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명 ‘외대법’이라고 불리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부터 시행되면서 예산을 지원받아 숨통은 트였지만 선진국이나 해외 국립외국어대에 비하면 지원금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김 총장 설명이다.
산학협력도 인문학 기반으로
김 총장은 이공계 전성시대에도 한국외대만의 ‘DNA’를 잃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외대의 강점인 인문학을 기반으로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소수 정예 이공계학과와 융복합 교육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인문학 없는 이공계 세상은 방향성을 잃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결국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의 대표 학과인 영어학과는 지난해부터 영어에 공학을 접목한 영어언어학 및 언어공학과(ELLT)로 개편됐다. 국내 대학 외국어학과 중 학과명에 ‘공학’을 넣은 것은 ELLT가 처음이다. ELLT는 영어를 기본으로 언어 데이터처리 능력을 배양하는 학과다. 언어공학 교육의 전문성을 위해 공학을 전공한 교수도 영입했다.
산학협력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는 통번역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총장은 “통번역 알고리즘 연구는 한쪽에서 보면 이공계 사업처럼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인문학 사업”이라며 “인문학과 이공학을 융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학과와 학부 등 전공을 구분하는 장벽을 낮추고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단과 대학별로 신입생을 통합 선발해 2학년으로 올라갈 때 학과를 선택하고, 전공 변경 기회를 3학년까지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수들에게는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소속을 한 학과에 국한하지 않는 ‘교수 복수 소속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학내 구성원의 자율성을 끌어올려 융복합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배태웅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