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BIB(bank in bank·은행 안의 은행) 체제’를 꾸리기로 했다. 디지털 부문이 은행과 독립적인 경영을 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디지털 금융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銀 '은행 안의 은행' 체제로…"디지털 조직 독립, 경쟁력 강화"
우리은행은 디지털 부문을 BIB 조직으로 개편했다고 2일 발표했다. BIB 조직은 은행 이사회나 고위급의 의사 결정을 거쳐야 하는 다른 조직과 달리 별도 은행처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은행 안의 또 다른 은행인 셈이다. 예산과 인력 운영, 상품 개발, 사업 추진 단계에서 모두 독립적인 권한을 갖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거대 은행 조직과 달리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 디지털 조직의 첫 임무는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새 브랜드 정착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새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인 ‘원(WON)’을 출시한다.

▶본지 6월 19일자 A14면 참조

원은 우리은행의 기존 앱인 ‘원터치뱅킹’을 대체할 새로운 모바일뱅킹 브랜드다. 은행 창구에서 하는 모든 업무를 볼 수 있고 사용자환경을 고려한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부문 혁신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손 회장은 올 들어 은행이 아닌 외부 디지털 전문가 출신을 임원급으로 영입하는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그룹 정보기술(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이동연 사장을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겸직 발령하는 파격 인사를 내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회장은 올초부터 디지털 관련 부서에 독립적인 공간을 내주고 자율 복장을 권장하는 등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다”며 “새 조직이 사내 벤처 같은 역할을 하며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