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등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내놓은 이후 일본 언론들이 자국 기업 악영향과 국제적 비판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강경한 아베…日 언론 일제히 '역풍' 우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징용공(강제 징용 한국인)을 둘러싼 대항(보복)조치 응수를 자제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가 (대응조치로) 통상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 관점에서 불이익이 많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 신문은 “외국에선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자유무역을 지향한다고 보는데 이런 평가를 해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정합적”이라며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개별 국가의 자의적 룰 변경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NHK방송도 “타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통상 규칙을 자의적으로 사용했다”며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일 간 외교 문제가 이번 보복 조치의 계기가 됐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징용 배상과 관련한 한국 측 설명이 지난달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일본 경제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를 표적으로 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반도체 제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 “수출이 줄어들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줄어들지 모른다”고 썼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과 일본은 폭넓은 분야에서 수평무역이 행해지고 있다”며 “삼성 등이 중국, 한국에서 반도체 소재 조달처를 개척하면 ‘일본 탈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결정됐으며 일본 정부는 한국인 비자 제한도 검토했다”며 “우려도 있었지만 총리 관저와 총리 측근 의원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조치는 일본이 그동안 주창해온 자유무역주의 추진이라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해 불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선다면 각종 반도체 소재, 실리콘 웨이퍼, 이미지 센서, 반도체 장비 등이 대상 품목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