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자유를 수호하는가, 위협하는가"…2019 MPS 총회 참가기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2019 총회’가 지난 5월 19~23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렸다. 주제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이슈’였다. 20개국에서 330여 명이 참가해 ‘자유 사회에 중앙은행이 필요한가’ ‘국가는 이민을 막을 권리가 있는가’ ‘전통적으로 정부의 일이었던 치안, 국방 등도 자원봉사로 대체될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MPS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태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교수가 자유시장경제의 발전과 그 이념의 전파를 위해 1947년 창립한 학회다. 창립 당시 스위스의 작은 휴양 도시인 몽펠르랭에 자유주의 석학 39명이 모인 것을 기념해 학회 이름을 지었다. 하이에크(1972년)와 밀턴 프리드먼(1974년) 등 회원 8명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도 2017년 5월 서울에서 MPS 창립 70주년 기념 총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MPS 학자들은 크게 오스트리아 빈학파와 미국 시카고학파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역사의 고증이나 자료의 분석보다는 선험적 연역추리에 의지하며, 순수경제이론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시카고학파는 좋은 이론과 통계적 검증 둘 다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한때 이 두 학파는 격렬한 대립 관계에 있었다. 1929~1933년 대공황의 원인 분석에서 두 학파는 전혀 다른 입장에 있었다. 오스트리아학파는 1920년대 초부터 약 10년간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를 팽창시켜 금리를 임의적으로 낮췄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결국 대공황을 촉발시켰다고 본다. 시카고학파는 같은 기간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을 시도했던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대립적인 견해를 보인다.

올해 주제가 ‘고전적 자유주의의 이슈’였던 만큼 이 문제가 이번 총회에서 다시 불거졌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미 채프먼대 교수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스미스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해 의미심장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우선 프리드먼 교수 등이 미국의 100년 화폐역사를 분석한 결과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았다며 대공황의 원인 규명에 대해 시카고학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벌어진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는 그 원인이 통화량 부족 여하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미국의 주택정책 실패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미국에서 주택은 평균 75년을 견디는, 내구성이 현격하게 높은 재화이기에 한 번 매입하면 언제든지 재판매할 수 있는데, 이것을 거의 남의 돈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주택저당 모기지제도가 결국 금융재앙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주장은 상당기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일러 준칙’의 주인공인 존 테일러 미 스탠퍼드대 교수의 발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총회에서 MPS 회장으로 선임된 테일러 교수는 통화량 준칙이나 금리준칙은 불확실성의 감소, 정치적 압력의 약화, 금융시장 및 실물시장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국제통화제도 및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강조했다.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개방화, 자유변동환율제, 준칙에 의거한 금융통화정책 이 세 가지가 실행된다면 개별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도 원만하게 굴러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번 총회에선 이 밖에도 ‘자유사회에서 사회복지 정책은 필요한가’ ‘경찰은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있는가, 침해하고 있는가’ ‘종교는 자유를 수호하는가, 위협하는가’ 등 자유의 뿌리를 끊임없이 되묻는 주제가 많았다. MPS의 전통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