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는 직원이 아무도 없이 비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늦어도 아침 일찍부터 급식 조리원들이 바삐 움직이며 학생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했겠지만 이날은 조리원은 물론이고 쌀이나 채소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급식실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고 음식 냄새 대신 청소용 소독제 냄새가 빈자리를 채웠다.
급식실 벽에 붙은 이날 점심 식단은 '간편식 제공(개별포장&음료)'이었다.
또 다른 학교도 급식실이 텅 비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영양사 1명만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배달한 소보루빵 박스를 옮기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학교의 이날 대체급식 메뉴도 빵과 에너지바, 마들렌, 감귤 주스 등 따로 조리가 필요 없는 간편식이었다.
자녀 등굣길에 만난 학부모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향해 다양한 시선을 보냈다.
1학년 딸을 둔 워킹맘 전모(44)씨는 "학부모로서 아이 입장을 더 생각하게 된다"며 "직장에 다니는 엄마로서 아이가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엄마인 허모(48)씨는 "어른들 일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이들은 점심 이후에도 학원 등 다른 일정이 많은데, 밥이 부실해진다니 불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학년 아이를 등교시키던 김모(40)씨는 "(파업에 대해) 당연히 불만이지 않겠느냐"며 "아이들 먹을 걸 정상적이지 않게 내놓는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체 급식이 부실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직접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에게 들려 보낸 부모도 많았다.
반면 파업을 응원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3학년 아이를 등교시킨 배모(41)씨는 "이번 파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비정규직으로 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에 2명의 자녀를 보낸다는 김모(34)씨는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항상 여성의 노동은 하대받고 있다.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모(36)씨는 "대체급식을 준다고 하니 도시락을 쌀 필요도 없었다"며 "아이도 불편하지 않다고 해 큰 불만이 없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