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0시 서울 신당동의 한 초등학교 급식조리실. 식재료 다듬는 소리와 밥 짓는 냄새가 가득 찼어야 할 이곳은 평소와 달리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물기 하나 없는 조리실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학교는 영양교사를 제외한 4명의 조리사 및 조리원이 이날 파업에 참가하면서 급식 공급이 중단됐다. 학생 332명과 교직원 32명은 빵과 주스 등 대체 급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2802개 학교 급식 중단

우려했던 ‘급식 대란’이 결국 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학비연대)가 이날 파업을 시작하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공무직원 2만2004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전체 교육공무직원 15만2181명 중 14.4%가 학교를 떠나 거리로 나선 셈이다.

일선 학교의 급식은 줄줄이 중단됐다. 급식을 하는 1만438개 학교 중 2802개교(26.8%)는 대체급식을 하거나 단축수업을 했다. 1757개 학교는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급식을 제공하고, 589개 학교는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이번 파업은 2017년 1만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해 전국 1929개 초·중·고의 급식이 중단됐던 때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아침 등교시간에는 한손에 도시락을 들고 교문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신당동에 사는 박모군(11)은 “빵만 먹으면 배가 고플지 모른다며 집에서 도시락을 챙겨줬다”고 말했다.

학비연대 추가 파업 우려도

아이 손을 잡고 등굣길을 함께한 학부모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는 아이지만 오늘은 든든하게 먹였다”며 “빵으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서 다시 밥을 챙겨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하루 이틀은 대체급식을 먹일 수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체급식 대신 단축수업을 택한 학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잠원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80대 A씨가 운동장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A씨는 김밥 세 줄이 담긴 하얀 비닐봉지를 손에 쥐고 단축 수업이 끝나는 12시40분까지 손자를 기다렸다. 그는 “아이가 급식을 못 먹는다길래 오는 길에 김밥을 사왔다”고 했다.

학비연대는 5일까지 사흘간 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당국과 학비연대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추가로 파업을 이어갈 우려도 있다.

학비연대는 전 직종 기본급 6.24% 인상과 정규직과 비교해 낮은 근속수당 및 복리후생비를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기본급 1.8% 인상 외에는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박종관/정의진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