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인민군)이 지난주 연합훈련을 벌였다.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 인민군이 무력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방부 기관지인 인민군일보를 인용해 인민군 홍콩수비대 육·해·공군이 지난달 26일 홍콩 인근 해상에서 ‘긴급 파견’에 대비하는 합동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인민군일보는 실제 훈련 약 1주일 뒤인 지난 2일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중국 송환법) 완전 폐기를 주장하는 홍콩 시민들이 홍콩 입법회(의회) 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바로 다음날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홍콩에 인민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보고 있다. 애덤 니 호주국립대 중국외교안보정책부문 연구원은 “중국은 홍콩 정부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인민군이 개입할 것이라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본토 관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인민군일보가) 정례훈련 세부 사항을 보도한 것은 중국이 외국에 이번 사안은 주권 문제라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1면 논평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 행위는 홍콩 법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를 두고 “완전히 폭도 행위”라고 주장했다. SCMP는 중국 관영언론이 일제히 홍콩 시위를 비판한 것은 중국당국 개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시위대가 지난 1일 과격시위를 벌여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반격 기회를 제공했다고 3일 평가했다. 당시 시위대는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고 영국령 홍콩기를 걸어놓기도 했다. 람 장관은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을 색출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