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최저임금 등 정책 변수로 시름 가득한 중기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6~2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리더스포럼 2019’를 열었다. 중소기업 최대 잔치마당에 기업인 750여 명이 참석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중소기업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대중문화 강연, 올레길 산책 등 각종 힐링 이벤트가 잇따랐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중소기업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이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업의 체력이 바닥나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에 대해 “시늉만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열심히 군불을 땠지만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사전증여 과세 특례’를 활성화해달라는 요구는 애초부터 논외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40여 년간 키워온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신사업도 추진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입힐 때”라며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후대에 자연스럽게 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업 승계가 어려워 경영 노하우가 사장되고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최저임금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이다. 올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25%인 500만 명에 달한다. 중소제조업에서 원가 비중을 살펴볼 때 인건비는 원재료 다음으로 높은 항목이다. 지난 2년간 29%가량 올라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계는 고사 직전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수도권의 한 뿌리기업 대표는 “임금을 올려도 도시와 떨어진 외곽 공장 근무를 기피해 생산성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며 “적자를 봤는데 이들의 임금만 올랐으니 ‘동남아 소득주도성장 정책’ 아니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범법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지방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법을 지킬 수 있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며 “국내 근로자 88%의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비상이다.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16시간 줄어들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 내년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 중 60%가량은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일할 사람도 없는데 근무 시간까지 줄이면 문 닫으라는 얘기라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에 무방비 상태”라며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공장 자동화를 할 여력이 있었다면 벌써 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정부 시무식에 이어 지난 5월 중순 ‘중소기업 주간’ 때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를 찾았다. 중소기업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모범 중소기업인에게 직접 포상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주 52시간 근로제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정부 정책이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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