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홍보물, 여전히 '외모'·'00여자친구'·'00부인'
비판 이어지지만…꾸준한 등장 '뭇매'
디즈니코리아가 지난 1일 공식 SNS에 게재한 '라이온킹' 홍보물이 현재의 젠더 감수성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암사자 날라 캐릭터 사진을 공개하면서 '꾸안꾸'라는 문구를 삽입한 게 문제였다.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을 뜻하는 신조어로,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여혐' 단어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라이온킹'은 올여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북미에서는 올해 최고 흥행작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이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날라는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심바를 돕는 캐릭터로 알려졌다.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논란에 홍보물은 즉각 삭제됐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라이온 킹'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더욱이 디즈니에서는 '겨울왕국'과 여성 히어로물인 '캡틴 마블'을 비롯해 주체적인 '알라딘', '토이스토리4'까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꾸준히 선보이며 변화된 트렌드를 반영해 왔다.
하지만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는 '캡틴마블'에 대해서는 '단발에 화려한 수트, 정색하는 얼음공주 표정까지', '알라딘' 자스민 공주에 대해서는 '예쁨주의보 제대로 터짐. 그래서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 건데?' 등과 같이 캐릭터의 능력과 성격보다는 외모에 집중하는 홍보물을 제작해 논란을 자처했다. 또한 '토이스토리4'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인생을 개척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보를 '우디여친 보처럼 예쁘게 변신'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에 결국 '자유로운 탐험가! 다시 돌아온 보핍으로 변신'으로 수정해야 했다.
이들 캐릭터들은 극중 기존의 수동적인 여자주인공에서 나아가 능동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캐릭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기존의 관습대로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변화하는 젠더 감성을 짚어내는 월트디즈니와 달리 월트디즈니코리아가 다른 방향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은 "SNS 이벤트와 관련된 이슈를 인지하고, 즉시 해당 이벤트를 수정했다"며 "앞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보다 신중하게 경청하며 브랜드에 걸맞는 콘셉트 게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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