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보고서
"폐 조직의 독감 바이러스 방어, 대장 미생물이 주도"
면역성이 없는 폐 기질조직에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감염 초기의 항바이러스 신호를 대장의 미생물 군체가 자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키는 1형 인터페론 신호가 강화돼, 바이러스 복제가 감소하고 숙주의 체중 손실도 줄어든다.

하지만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항바이러스 효과가 다시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안드레스 왝 박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터페론은, 숙주가 바이러스, 세균 등에 감염되거나 암에 걸렸을 때 합성되는 사이토카인(신호전달 당단백질)으로 주변 세포들의 항바이러스 작용을 돕는다.

인터페론(IFN)은 1·2·3형으로 분류되며, 1형엔 알파(α), 베타(β), 오메가(ω) 등 5종이 있다.

특히 1형의 IFN α/β 신호는 면역체계의 바이러스 감염 차단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정교하게 조율된 이 신호 경로는 정상조직의 염증 손상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면역체계의 바이러스 방어를 유도한다.

왝 박사팀은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실험 생쥐들의 IFN α/β 수용체 발현도를 높였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한 결과, 감염 후 8시간이 지나도 이들 생쥐는 처음보다 더 강한 감염 내성을 보였고, 바이러스의 유전자 발현도는 낮아졌다.

이틀 뒤엔 바이러스 복제가 감소한 것이 관찰됐다.

또한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이 완전히 가동되지 않았는데도, 생쥐의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는 IFN α/β 신호로 조기에 통제됐다.

그러나 2주 내지 4주간 항생제를 투여했더니 면역력이 없는 폐 기질 세포의 IFN α/β 신호가 약해지고, IFN α/β 신호의 강화로 생겼던 항바이러스 효과도 저하됐다.

이런 흐름을 역전시킨 건 대장균이었다.

장의 분변을 이식하면 항생제 투여로 떨어졌던 바이러스 감수성이 다시 올라갔다.

결국, 대장 미생물 군체가 폐 기질 세포의 IFN α/β 신호를 높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왝 박사는 "미생물 군체가 일으키는 신호는, 면역성이 없는 세포의 초기 감염 제어를 유도하고, 나중엔 면역세포의 감염 방어 기능을 강화한다"면서 "폐 기질 세포의 인터페론 신호가 어디서 유래하는지를 놓고 학계의 주장이 엇갈렸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 쪽이라는 강한 암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