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대폭 물갈이 예고에 "업무 연속성·전문성 상실" 우려도
경찰 유착비리 대책 실효성 의문…"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발도
4일 경찰청이 이른바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유착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자 일선 경찰관들은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 강남권 경찰관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며 반발했다.

경찰청은 이날 비위 발생이 잦은 경찰관서나 부서를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강남·서초·송파·수서경찰서 등 강남권 경찰서를 전담하는 반부패 전담팀을 꾸리는 등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버닝썬 사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남서는 '제1호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된다.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심사를 거쳐 직원들의 최대 70%까지 물갈이가 가능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A 경위는 "유착 비리 근절 대책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시행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관악경찰서에 근무하는 B 경위는 "마음이 무겁지만, 유착 비리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 본다"며 "이번 대책이 근본적으로 유착 비리를 없앨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C 경위는 쇄신책에 대해 버닝썬 사태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C 경위는 "지금도 정직한 경찰들이 '비리 경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경찰서에서 누가 명예롭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종로경찰서 D 경장은 "각 경찰서에 둔다는 수사심의관은 별도의 청문 직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고 시민청문관도 전시행정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유착을 뿌리 뽑는다고 단기간 순환 근무를 시킬 경우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착 비리 근절 대책 가운데 유착 가능성이 높은 업체에 근무 중인 퇴직 경찰관과 접촉한 경우 자진신고를 의무화한 것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강남권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강남권 경찰서의 E 팀장은 "강남권 경찰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대책인 것 같아서 인권 침해 요소가 강하다고 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E 팀장은 "물론 비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나름 고육지책인 면은 알겠지만 어쩌다 발생하는 경찰들의 비위 행위가 강남권 경찰 전체의 비위행위로 비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남권 경찰서의 F 경정은 "강남권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집중적인 감찰 대상이 되는 데 대한 자괴감도 든다"며 "직원들이 대폭 물갈이가 되면 전체적으로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조직의 안정화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개혁안이 경찰 내부 시각에서 마련한 대책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그야말로 시민의 관점에서 대책을 만들었다"며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대책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