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사망 하루 만에 화장…檢, 에콰도르 정부서 작년 12월 사망 기록 확인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사진)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한 뒤 하루 만에 화장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은 도피 중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육필 원고를 A4용지 150쪽 정도 남겼다. 검찰은 정 회장 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 환수를 위해 당분간 원고를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수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에콰도르 당국의 사망확인서와 4남인 정한근 씨가 제출한 장례식장 동영상, 장례식 입관 사진 등을 통해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작년 12월 1일 에콰도르 제2 도시인 과야킬에서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사망했고, 다음날 과야킬 시내 화장장에서 화장됐다.

장례식에는 국내 거주하는 가족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정한근 씨 등이 주도해 조촐하게 치러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거주하는 정 전 회장 일가는 대부분 출국금지 상태거나 지명수배 중이어서 참석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한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자필로 쓴 글을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으로부터 유고(遺稿)를 입수했는데 도피 과정에 대한 내용은 없고 정 전 회장의 과거 삶을 돌아본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생전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사업을 하기 위해 1~2개 법인을 세운 것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 해외범죄수익환수단과 공조해 해외 은닉 재산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위장 사망설이 나오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과 이번 사건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정씨가 검찰 조사 도중 아버지를 언급할 때마다 오열하는 심리상태와 정씨가 국내 거주하는 형에게 정 전 회장의 위독한 상태를 알린 문자메시지, 최근까지도 유골함을 국내에 전달하려 한 정황 등을 감안할 때 정 전 회장의 사망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