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서울 속 시골살이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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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불빛과 시골 자연 어울린 부암동
팍팍한 시대 견디게 하는 여유의 공간
이원희 < 서양화가 >
팍팍한 시대 견디게 하는 여유의 공간
이원희 < 서양화가 >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북한산을 바라본다. 보현봉부터 문수봉, 승가봉, 비봉, 향로봉을 거쳐 족두리봉에 이르는 남쪽 연봉이 고스란히 보이는 북한산을 아침마다 볼 수 있는 건 여간한 안복(眼福)이 아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빠져 언젠가 서울살이를 하면 인왕산 부근에 자리잡아 인왕산을 그려보리라 욕심을 내던 중이었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전망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북한산 전경에 매료돼 곧바로 계약했는데, 이사 후 다니러 오신 장모님은 “아이고, 서울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시골 같은 마을이 있냐”며 놀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멋진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서인지, 청와대 인근이어서인지 고도제한이 있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 5층인 데다 산중턱까지 골목길로 연결돼 나지막하게 안정감을 줘 주말이면 구경하러 오는 이들로 북적일 정도다.
주위를 둘러싼 자연은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천변만화하면서 눈을 정화시켜주기도 하고, 잘 정비된 산책로는 사색의 여유를 제공한다. 가끔 저녁 식사 후에 인왕산 기슭 둘레길을 걸어 수성동 계곡과 통인시장을 거쳐 1시간 반 정도 산책하면서 겸재가 노닐고 그림을 그렸던 자취를 떠올리며 역사를 느끼기도 한다.
봄에 꽃이 만발하거나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카메라를 들고 스케치를 나가 멋진 풍경을 담기도 한다. 평창동 쪽에서 일을 보거나 한잔 걸치고 난 다음 어둡지 않으면 도롱뇽이 산다고 해서 유명해진 백사실 계곡과 백석동천의 숲길을 지나 걷는다. 드라마에 나와 유명세를 탄 카페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걷노라면 서울 도성의 성곽을 비추는 조명이 근사한, 듬직한 모습의 북악산을 마주치기도 한다. 시내 쪽에서 귀가할 때면 경복궁과 청와대 앞길의 정취를 즐기며 경사로를 올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서울 야경을 한참 바라보다 들어온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빌딩들의 불빛을 보노라면 “그래, 저 불빛들이 우리나라를 지탱해주는 힘이구나” 싶다.
원래 환기미술관이 인근 평창동의 화랑들과 함께 문화벨트를 형성했는데 이사 오고 나서 새로 생긴 문화시설도 있다.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대원군 별장인 ‘석파정’에 서울미술관을 짓고 대원군이 노닐었을 정원까지 정비해 공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종로구청에서 안평대군의 별장이었던 무계정사 터 옆 요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진암의 한옥들을 옮겨와 무계원이란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쓰고 있다. 또 창의문 너머 마을에 사는 예술가들이 매년 가을이면 ‘자문밖 문화축제’라는 이름의 오픈스튜디오를 비롯한 행사를 펼치며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겸재를 바라고 온 나로서는 제대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참 멋진 서울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봐도 이렇게 멋진 자연 속에 자리한 수도를 본 적이 없다. 격조와 기개가 있는 바위산을 배경으로 넉넉한 강을 끼고 자리한 터를 잡은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자연을 닮는 법이다. 팍팍한 시대를 살면서도 넉넉한 자연의 품 같은 여유를 지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준수하고 격조있는 북한산 연봉을 보며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갔으면 하는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품이 참 좋은 서울살이가 감사한 우리 동네 부암동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빠져 언젠가 서울살이를 하면 인왕산 부근에 자리잡아 인왕산을 그려보리라 욕심을 내던 중이었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전망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북한산 전경에 매료돼 곧바로 계약했는데, 이사 후 다니러 오신 장모님은 “아이고, 서울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시골 같은 마을이 있냐”며 놀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멋진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서인지, 청와대 인근이어서인지 고도제한이 있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 5층인 데다 산중턱까지 골목길로 연결돼 나지막하게 안정감을 줘 주말이면 구경하러 오는 이들로 북적일 정도다.
주위를 둘러싼 자연은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천변만화하면서 눈을 정화시켜주기도 하고, 잘 정비된 산책로는 사색의 여유를 제공한다. 가끔 저녁 식사 후에 인왕산 기슭 둘레길을 걸어 수성동 계곡과 통인시장을 거쳐 1시간 반 정도 산책하면서 겸재가 노닐고 그림을 그렸던 자취를 떠올리며 역사를 느끼기도 한다.
봄에 꽃이 만발하거나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카메라를 들고 스케치를 나가 멋진 풍경을 담기도 한다. 평창동 쪽에서 일을 보거나 한잔 걸치고 난 다음 어둡지 않으면 도롱뇽이 산다고 해서 유명해진 백사실 계곡과 백석동천의 숲길을 지나 걷는다. 드라마에 나와 유명세를 탄 카페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걷노라면 서울 도성의 성곽을 비추는 조명이 근사한, 듬직한 모습의 북악산을 마주치기도 한다. 시내 쪽에서 귀가할 때면 경복궁과 청와대 앞길의 정취를 즐기며 경사로를 올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서울 야경을 한참 바라보다 들어온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빌딩들의 불빛을 보노라면 “그래, 저 불빛들이 우리나라를 지탱해주는 힘이구나” 싶다.
원래 환기미술관이 인근 평창동의 화랑들과 함께 문화벨트를 형성했는데 이사 오고 나서 새로 생긴 문화시설도 있다.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대원군 별장인 ‘석파정’에 서울미술관을 짓고 대원군이 노닐었을 정원까지 정비해 공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종로구청에서 안평대군의 별장이었던 무계정사 터 옆 요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진암의 한옥들을 옮겨와 무계원이란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쓰고 있다. 또 창의문 너머 마을에 사는 예술가들이 매년 가을이면 ‘자문밖 문화축제’라는 이름의 오픈스튜디오를 비롯한 행사를 펼치며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겸재를 바라고 온 나로서는 제대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참 멋진 서울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봐도 이렇게 멋진 자연 속에 자리한 수도를 본 적이 없다. 격조와 기개가 있는 바위산을 배경으로 넉넉한 강을 끼고 자리한 터를 잡은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자연을 닮는 법이다. 팍팍한 시대를 살면서도 넉넉한 자연의 품 같은 여유를 지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준수하고 격조있는 북한산 연봉을 보며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갔으면 하는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품이 참 좋은 서울살이가 감사한 우리 동네 부암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