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말이다. 앞의 疏(소)는 풀이가 엇갈린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막혀 있던 것을 트이게 하는 행위와 관련있다. 그런 맥락에서 생겨난 단어가 소통(疏通)이다. 가득 차거나 빽빽하게 막혀 있던 무언가를 뚫거나 잘라, 다른 곳과 통하게 하는 일이다.

소산(疏散)은 함께 모여 있던 것들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소개(疏開)는 틈이 벌어져 마침내 사이가 멀어진다는 의미다. 분산(分散)에 이어 결국 멀리 떨어지면 곧 소원(疏遠)이다. 사람의 사이가 가까우냐 머냐를 따지는 단어는 친소(親疏)다. 소외(疏外)는 일부러 누군가를 멀리하는 일이다. 소척(疏斥)은 아예 노골적으로 사람을 배척하는 행위다. 시쳇말로 하면 ‘왕따’다.

빽빽하며 가득 차 있던 것이 모양을 달리할 때가 있다. 하나둘씩 떨어뜨린 잎이지만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나목(裸木)은 이상하게 비칠 때도 있다. 이런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생소(生疏)다. 문득 느끼는 낯선 모습 또는 그런 상태 등을 지칭한다.

낯설어지다가 점점 더 멀어져 싫어질 때도 있다. 환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런 심경을 잘 표현한 시구가 있다. 중국 최고 전원파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나온다. 번잡한 속세와 구질구질한 세속의 삶이 싫어 전원으로 돌아온 시인의 마음이다. 그는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가 뭔지를 우선 묻는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한다. “마음이 멀어지면 절로 외진 곳을 찾는다(心遠地自偏).” 마음이 멀어져 몸 또한 그로부터 떠나는 경우를 표현했다. 아주 유명한 말이다.

마음이 멀어지면 도연명처럼 홀로 외진 곳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취하는 은일(隱逸)함에만 그칠 일이다. 국가와 사회의 큰 이슈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마음 안 맞는다고 고개만 돌릴 수 없다.

일본의 보복이 날로 거세진다. 옹졸한 일본이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일본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소원(疏遠)’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한 글자만 달라져도 전혀 뜻이 다른 ‘소통(疏通)’에 지나치게 무심하지 않았는지도 함께 말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