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경제·사회 현실을 사실주의 그림처럼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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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 '산 자들' 출간한 장강명 씨
문예지 발표 단편 10편 묶어
취업과 해고·비정규직 등
노동 현실과 경제구조 다뤄
문예지 발표 단편 10편 묶어
취업과 해고·비정규직 등
노동 현실과 경제구조 다뤄

기자 출신 ‘스타 작가’ 장강명 씨는 최근 출간한 연작소설 《산 자들》(민음사)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일말의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고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느끼는 을들의 비참함이나 비애, 죄책감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쓰려 했다”며 “‘이게 너랑 내가 살고 있는 사회다’라는 걸 현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을’끼리의 전쟁이다. 작가는 “현실에서 자본가는 절대악도 아니고 먼저 나서서 을과 치열하게 싸우지도 않는다”며 “을만 마냥 순결하게 억압만 당하는 게 아니라 을들끼리 서로 억압하고 감시하며 사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작가는 특히 비정규직과 취업난 등 20대 노동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지금의 20대가 경제적 약자라는 시대 정서가 무력감이나 혼란스러움, 열패감 등으로 구현되는 것 같아 자꾸만 눈에 밟혔다”고 했다. 단편 ‘대외활동의 신’이나 ‘카메라테스트’의 주인공들은 본인이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 작가는 “자세히 보면 아무런 지위도 없는 20대를 온 사회가 착취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구조는 나보다 못 살면 무시하고 존엄을 해치기도 합니다. 사회안전망까지 없어 재취업하기 힘들어요. 그러니 벼랑 끝에 있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진 ‘을’끼리 더욱 아귀다툼을 벌이는 거죠. 소설 속 주인공들도 모두 ‘이건 아닌 거 같은데’라는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뭘 해야 할 줄 모릅니다. 우리가 처한 비인간적인 시스템입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