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녁 든든히 먹었는데…밤만 되면 야식이 당기는 이유는
밤이면 생각나는 치킨. 나도 모르게 손가락은 주문 전화 번호를 누르고 있다. 어제 피자와 떡볶이를 배불리 먹었음에도 오늘 또 먹고 싶다. 몸이 피곤해지면 자연스럽게 초콜릿에 손이 간다. 대부분 고지방, 고당도, 고염분, 고칼로리 음식이다. 이런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마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건강을 걱정한다. 머리는 분명 알고 있음에도 몸은 이런 음식을 끊임없이 찾는다.

행동과학자 알렉산드로 로그가 쓴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은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생선과 해산물을 극도로 싫어하고 음식 호불호가 지나치게 강한 ‘슈퍼 테이스터’ 즉 초미각자로 살아왔다. 먹는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먹고 마시는 행동과 심리에 대해 평생 연구한 것도 그런 그의 취향에서 비롯했다. 그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씹고 삼키는 사람들에게 먹고 마시는 데에도, 달고 짠 음식과 칼로리가 높은 고지방 음식을 좋아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배고픔과 포만감, 갈증, 맛과 냄새, 음식 선호와 혐오, 충동과 자제력, 폭식증과 거식증, 과식과 비만, 음주와 흡연 등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폭넓은 주제를 다양한 연구 결과와 함께 다룬다.

저자는 먹는 것과 관련된 행동 심리를 크게 13가지로 분석했다. 주변 온도가 낮으면 훨씬 더 많이 먹고, 단 음식은 배고픔을 더 느끼게 하며, 언젠가 한번 과체중이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해야 허기가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미각과 후각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더 좋은 맛이 기억에 남고, 나이가 들수록 후각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인 건강을 우려한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살이 더 잘 찌는데 여기에 밤늦게 야식까지 먹으면 살이 찌지 않을 수 없다는 점과 하루 한 끼만 식사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것은 인지능력을 저해해 지속적인 다이어트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방해한다는 것도 지적한다.

저자는 과거보다 더 풍요로운 맛과 냄새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고 있는 만큼 먹거리에 대한 쉬운 접근성과 선호의 결합은 과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맛좋은 음식을 쉽게 접하는 것이 과식과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저자는 “먹을 게 귀하던 과거에는 고당도, 고칼로리, 고염분 음식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런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며 “한때 인간에게 유익하던 유전적 성향이 지금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체와 환경의 부조화가 심각한 의학적 우려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인간이 진화한 시절의 환경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 적응돼 있다”며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만든 비정상적인 환경을 바꾸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