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조감도)의 호가가 주택형별로 2000만~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규제를 받으면 재건축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4일 둔촌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둔촌 주공 1단지 전용면적 80㎡는 호가가 13억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13억6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이달 초 호가가 14억원 가까이 올랐던 주택형이다. 둔촌동 K공인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분위기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완전히 반전됐다”며 “호가를 2000만~3000만원 내릴 테니 먼저 팔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A공인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검토, HUG 분양가 산정기준 변경 등의 뉴스가 나오자 ‘추가 분담금’ 우려로 조합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이 사실상 어려워 HUG 분양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조합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우·현대·현대산업개발·롯데 등 4개 시공사와 전문가들은 1만2000여 가구의 후분양은 전례가 없는 데다 막대한 금융비용이 들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후분양을 하려면 총사업비 2조6000억원 가운데 80%인 2조800억원과 철거비 등을 전부 조합에서 조달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전문으로 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4개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통해 대출받아야 하는데 공사비가 너무 크다”며 “시공사별로 신용등급이 달라 한 시공사만 빠져도 보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4개 건설사가 각각 7000억원가량 연대 보증을 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후분양을 해도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바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이미 신청한 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일반 분양가가 선분양 분양가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선분양과 후분양을 반반씩 나눠서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작은 주택형을 선분양해 얻은 이익으로 공사비를 조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형을 기준으로 분양보증을 따로 내준 전례가 없는 데다 미분양 등 ‘사고 위험’ 때문에 분양보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HUG 관계자는 “아파트 동을 기준으로 분할 분양을 할 수 있지만, 주택형별로 분양보증을 내줄 경우 사후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