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령화 정책의 적은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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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은 고령화 문제
빈곤 및 소득불평등과의 싸움
복지만능주의 단견 버리고
노동·복지·교육 등
총체적 개혁 서둘러야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빈곤 및 소득불평등과의 싸움
복지만능주의 단견 버리고
노동·복지·교육 등
총체적 개혁 서둘러야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고령층 빈곤과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하다. 65세 이상 인구가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접어드는 데 걸린 시간이 17년으로,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24년)보다도 짧다. 고령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고, 고령층 빈곤율은 40%를 넘어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층에 속한다.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비(非)고령층은 0.3 미만으로 양호하지만 고령층은 0.42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고령화를 노인 문제로만 보고 복지만 늘리면 해결할 수 있다는 ‘복지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여당 국회의원이 부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인구문제 컨트롤타워인데 홈페이지의 위원장 인사말과 5대 정책과제에는 ‘고령’이라는 단어조차 없고 온통 아동, 청년, 가족, 여성뿐이다. 고령화로 국민연금 붕괴를 걱정하는데 연금개혁 얘기를 꺼낸 장관은 질책받았고 연금지급액을 올릴 것이란 말만 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고령화 문제도 복지로 해결하려다 몰락한 그리스 등의 전철을 밟아 재정위기와 고(高)실업의 늪에 빠진 채 가난한 국민, 몰락하는 나라가 된다.
내심 걱정됐는지 정부가 정년 연장에 나섰다. 2016년에 60세 정년 연장을 의무화했는데 이 여파로 고용이 악화되고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말라갔다. 고령층 빈곤과 소득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 되레 문제가 악화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선거 때문인지 정년을 65세로 늦출 기세다. 정년 연장은 근로자의 10%에 지나지 않는 공무원·공기업·대기업의 노동조합원이나 혜택을 받고 나머지 90%의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모른다면 매우 설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노동개혁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2016년 정년을 연장할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조차 현재의 여당이 노동계와 함께 반대해 도입에 실패했다. 현 정권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도움으로 탄생했기에 전면적인 노동개혁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년 연장이 적어도 10% 특권 노동자의 기득권 연장이 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가 더 이상 빈곤화와 소득불평등 악화로 나타나지 않도록 노동개혁 중심의 고령화 정책이 절실하다. 정년을 연장해 생산인구 부족을 해소한다지만 한국은 일하는 고령층 비율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일을 해도 가난하다는 데 있다. 노동력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고령층 빈곤과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고령화되면서 노동력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고용과 소득을 결정하는 기술의 부족에 있다. 근로자들은 입사 이후 퇴직 시까지 임금·고용 경직성 때문에 일을 배우지 못하고, 퇴직 이후에는 직업교육훈련을 받을 기회도 없다.
대기업은 임금·고용이 경직적이라 직원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은 직원의 잦은 이직 탓에 관련 투자가 더 작고 숙련 축적도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직업교육훈련도 정부의 관심과 투자 부족으로 부실한 데다 그나마 투자해도 청년층에 집중돼 고령층은 물론 예비 고령층도 기술을 배우기 어렵다. 게다가 노동조합은 고임금과 고용보호 강화에 매달리고, 조합원의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노사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국민과 국가의 비극을 자초하고 있다.
고령화는 빈곤과 소득불평등과의 싸움이다. 고령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올바른 정책과 일관된 전략으로 관련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정책은 고령층을 힘들게 할 뿐이다. 노동정책은 노동조합, 복지정책은 퍼주기, 교육정책은 입시에 매달린다고 비판받는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노동, 복지, 교육 등 총체적 개혁으로 적극적 고령화 정책을 만들고 노사는 물론 국민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고령화 정책의 최대 적은 포퓰리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여당 국회의원이 부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인구문제 컨트롤타워인데 홈페이지의 위원장 인사말과 5대 정책과제에는 ‘고령’이라는 단어조차 없고 온통 아동, 청년, 가족, 여성뿐이다. 고령화로 국민연금 붕괴를 걱정하는데 연금개혁 얘기를 꺼낸 장관은 질책받았고 연금지급액을 올릴 것이란 말만 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고령화 문제도 복지로 해결하려다 몰락한 그리스 등의 전철을 밟아 재정위기와 고(高)실업의 늪에 빠진 채 가난한 국민, 몰락하는 나라가 된다.
내심 걱정됐는지 정부가 정년 연장에 나섰다. 2016년에 60세 정년 연장을 의무화했는데 이 여파로 고용이 악화되고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말라갔다. 고령층 빈곤과 소득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 되레 문제가 악화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선거 때문인지 정년을 65세로 늦출 기세다. 정년 연장은 근로자의 10%에 지나지 않는 공무원·공기업·대기업의 노동조합원이나 혜택을 받고 나머지 90%의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모른다면 매우 설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노동개혁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2016년 정년을 연장할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조차 현재의 여당이 노동계와 함께 반대해 도입에 실패했다. 현 정권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도움으로 탄생했기에 전면적인 노동개혁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년 연장이 적어도 10% 특권 노동자의 기득권 연장이 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가 더 이상 빈곤화와 소득불평등 악화로 나타나지 않도록 노동개혁 중심의 고령화 정책이 절실하다. 정년을 연장해 생산인구 부족을 해소한다지만 한국은 일하는 고령층 비율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일을 해도 가난하다는 데 있다. 노동력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고령층 빈곤과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고령화되면서 노동력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고용과 소득을 결정하는 기술의 부족에 있다. 근로자들은 입사 이후 퇴직 시까지 임금·고용 경직성 때문에 일을 배우지 못하고, 퇴직 이후에는 직업교육훈련을 받을 기회도 없다.
대기업은 임금·고용이 경직적이라 직원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은 직원의 잦은 이직 탓에 관련 투자가 더 작고 숙련 축적도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직업교육훈련도 정부의 관심과 투자 부족으로 부실한 데다 그나마 투자해도 청년층에 집중돼 고령층은 물론 예비 고령층도 기술을 배우기 어렵다. 게다가 노동조합은 고임금과 고용보호 강화에 매달리고, 조합원의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노사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국민과 국가의 비극을 자초하고 있다.
고령화는 빈곤과 소득불평등과의 싸움이다. 고령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올바른 정책과 일관된 전략으로 관련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정책은 고령층을 힘들게 할 뿐이다. 노동정책은 노동조합, 복지정책은 퍼주기, 교육정책은 입시에 매달린다고 비판받는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노동, 복지, 교육 등 총체적 개혁으로 적극적 고령화 정책을 만들고 노사는 물론 국민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고령화 정책의 최대 적은 포퓰리즘이다.